경전하사(鯨戰蝦死)란 말이 있다. 경(鯨)은 고래, 하(蝦)는 새우를 뜻하는데 경전하사는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무역전쟁을 벌이며 격하게 맞서왔는데, 코로나19 발병에 관한 ‘중국 책임론’을 둘러싸고 세계가 또다시 극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은 "중국이 코로나19를 은폐해 사태를 키웠다"며 중국을 상대로 무려 26조 달러(3경2천 조)에 이르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어리석은 소송으로 조롱을 자초한다"며 평가절하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자 미국은 WHO에 자금 지원을 끊겠다며 으름장을 놓으며, 그야말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할 정도로 마찰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처럼 지하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불가피하게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미 외국인들은 불안감에 주식시장에서 1조 원어치나 팔고 나가며 5월 4일 다시 1,900선을 무너뜨렸다.

또한 한국의 수출은 이미 올 4월 실적이 작년 4월에 비해 23%나 급감했고 무역수지는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처음 적자를 나타냈다. 자유무역 속에서 성장해 온 세계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미·중 갈등은 어떤 방법으로든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고래싸움이 끝난 후 터진 새우등은 누가 치료해준단 말인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내년 세계 경제는 부분적 회복에 그칠 것이며 V자형 반등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한파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지금은 자국 이익을 챙기기보다는 방역과 경제회복을 위해 글로벌 공조를 강화해야 할 시기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데 협력하는 한편 신냉전에 불확실성까지 겹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외교, 경제, 정치적 종합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 

 적극적 소비촉진을 통해 내수 경기를 살리고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 사기를 북돋워야 하며 수출 시장을 중국과 미국 중심에서 동남아, 인도, 유럽 등으로 다각화하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고래가 새우등을 치료해 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없다면 미리 든든한 갑옷을 입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주=전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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