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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 털어 곳간 채우면 나라살림 나아집니까?
수원시, 불합리한 지방재정 개편 바른소리 낸다
  • 박종대 기자
  • 승인 2020.05.08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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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은 2010년 7월 취임과 동시에 ‘지방재정 건전성 회복’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그는 민선 5기에 부임한 직후부터 꾸준하게 시(市) 재정을 탄탄하게 관리하려고 각별히 애를 썼다. 이 덕분에 6년 만에 3천억 원 넘게 쌓여있던 부채를 청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16년 4월 중앙정부발(發) 대형 시한폭탄이 수원에 터졌다. 바로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개편안 발표다. 그동안 정부는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누리사업 등의 막대한 재정부담을 지방에 전가해왔다. 이로 인해 전국 대다수 지자체들이 갈수록 재정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근데 이것도 모자라 기존 들어오던 세수마저 빼앗아가려고 했다.

 이에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원시를 이끌고 있는 염태영 시장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지방재정개편안의 부당성을 적극 알렸다. 좀 더 시민들에게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절박함이 컸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지방재정제도개편 철회 촉구 경기도민 결의대회.
지방재정제도개편 철회 촉구 경기도민 결의대회.

# 지방재정 개편안 격돌

 "한 달만 자리를 바꿔서 시 행정을 할 수 있는지 근무해보자."

 염 시장은 2016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좌담회에서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부당성과 지자체가 직면할 재정위기 상황을 격앙된 어조로 설명하며 이같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염 시장은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15분간 작심한 듯 거침없는 화법으로 "한 지자체에서 1천억 원씩 떼어내면 재정충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며 "과연 행자부도 같은 상황에서 시 행정을 추진할 수 있는지 한 달만 자리를 바꿔서 근무해보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감소예상액을 도표로 설명하며 "수원시가 부자 지자체라고 한 적 있느냐"고 반문하며 "자체 세원으로 필수비용을 조달하는 지자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정을 뺏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정부의 일방적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졸속으로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면 안 된다. 제대로 토의하는 게 필요하지 강행 의지만 밝히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조정 권한은 경기도에 있으므로 경기도에 권한을 주고 맡겨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염 시장은 "행자부의 보통교부세를 투명하게 쓸 방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행자부의 집행과 산정 방식을 점검해 보통교부세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 염 시장은 이 자리에서 행자부의 지방재정개편 발표안에 비판의 날을 세웠던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아무 협의 없이 지자체 곳간에 손을 대려고 했기 때문이다.

 행자부 지방재정개편 발표안의 골자는 이렇다. 시·군 조정교부금 가운데 일반조정교부금의 배분 방식을 바꾸고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에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들어보면 좋은 말처럼 들린다. 부자 도시의 세수를 좀 깎아서 가난한 도시로 나눠준다는 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한 가지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망각했다.

 자칫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을 정도로 재정이 튼튼한 지자체에게 예산을 빼앗는 정책이 다른 지자체의 재정확충 의지를 꺾는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지자체 스스로 자초한 게 아닌 국고보조사업의 일방적 확대와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 사회복지사업 급증, 감세 정책에 의한 지방세수 감소가 근본 원인이라는 게 자치단체장들의 생각이다.

 

지방재정개악 철회를 위한 서명부 전달 및 공동 기자회견.
지방재정개악 철회를 위한 서명부 전달 및 공동 기자회견.

 # 수원시 등 지방재정 개편 공동대응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인 수원·용인·화성·성남·고양·과천시 등 도내 6개 지자체 타격이 심각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정부안이 확정되면 2015년 결산 기준으로 조정교부금 5천262억 원, 법인지방소득세 2천998억 원 등 8천200억 원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자체별로 조정교부금은 ▶수원시 863억 원(38%) ▶성남시 891억 원(42%) ▶용인시 1천46억 원(45%) ▶고양시 752억 원(38%) ▶화성시 1천416억 원(57%) ▶과천시 294억 원(43%)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지방소득세 역시 ▶수원시 936억 원(40%) ▶성남시 382억 원(31%) ▶용인시 678억 원(37%) ▶화성시 1천279억 원(42%) 등 4개시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고양시(64억 원·19%)와 과천시(213억 원·539%)는 늘어나지만 조정교부금 감소액이 더 많아 전체 재정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렇게 재정 수입이 줄어들면 시(市) 특성에 맞는 자체 투자사업을 시작조차 못 하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염 시장을 비롯한 도내 3개 지자체 시장은 2016년 6월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에 반발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 개편안이 시행되면 6개 시는 저마다 최대 2천700억 원, 총 8천억 원 이상이 줄어 재정 파탄 상태에 이른다"며 "하지만 정부는 당사자인 기초자치단체와 어떠한 협의 없이 묻지마식으로 정책을 발표하며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재정 문제를 시행령만으로 주무르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개편안 철회를 촉구했다.

 지역 주민의 반발도 거셌다. 같은 달 도내 6개 시 주민 1만5천여 명이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수원·성남·화성·용인·고양·과천시 주민대책기구는 ‘지방재정 개악 저지, 지방자치 수호 시민문화제’를 열고 "지방재정제도 개편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지방재정을 확충할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도내 6개 불교부단체는 시민 300만 명이 참여한 지방재정개혁안 반대를 위한 서명부를 행자부 측에 전달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개정안 입법예고를 규탄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개정안 입법예고를 규탄하고 있다.

 #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재정개편 부당성 알린다

 정부의 지방재정개편 철회 요구가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던 때 염 시장은 이러한 부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홍보투어에 나섰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지방자치가 국가 발전을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염 시장은 평소 자치분권과 관련한 강연에서 "선진국이라 자치분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치분권을 해서 선진국이 된 것"이라고 종종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염 시장은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2014년 이후부터 지방분권 문제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염 시장은 전국투어 첫날 방문지를 충남권으로 정하고 천안시, 아산시, 당진시를 각각 방문한 뒤 마지막으로 충남도청을 찾아 협조를 구했다.

 그는 "각 단체장들에게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재정개편안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고 하향 평준화시키는 ‘개악’"이라며 부당성을 호소한 뒤 "공동 성명서 채택 등 개편안 철회 촉구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또 대전지역 자치구를 방문해 지방재정개편 부당성을 알리고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한 단체장의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자치발전을 위한 공동 연대 필요성을 모색했다.

 그가 이렇게 일주일간 충남, 전북, 대전, 전남, 경남, 대구, 전북 등 전국투어를 돌면서 총 16명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을 만났다. 그의 설득으로 모두 지자체장으로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과 향후 발전 방안에 대해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런데 정부는 염 시장의 이러한 노력과 별개로 지방재정개편을 담은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국무회의에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후에도 염 시장의 기초단체의 재정 건전성 살리기는 끝나지 않고 있다. 사무총장을 맡았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전국협의회)에서 2019년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염 시장은 전국협의회 산하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현금 복지성 정책을 비판하며 다양한 복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 찾기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김강우 인턴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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