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앞둔 7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꽃 도매상가에서 카네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카네이션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어버이날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는 대신 정성을 채우는 분위기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일대의 문구점 등에는 카네이션 조화와 선물상자, 포장지 등을 사러 온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선물상자를 조화로 꾸미고 현금을 함께 넣을 수 있는 ‘용돈박스’를 만드는 재료를 내놓거나 아예 용돈박스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또 현금과 꽃을 투명한 풍선 안에 넣은 ‘용돈풍선’이나, 펠트지를 이용해 카네이션 모양의 옷을 만들어 입고 부모님께 이벤트를 하는 ‘인간카네이션’ 등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정성이 느껴지는 선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생활용품점에서 카네이션 조화를 구입한 김 모(41)씨는 "부모님들이 현금을 드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시고 또 실속도 있다"며 "선물과 용돈을 따로 챙겨드리기가 부담스러워 용돈박스나 용돈풍선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분위기는 어버이날을 겨냥한 백화점 선물코너에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롯데백화점에는 인삼·한우세트와 같은 고가의 선물보다 영양제와 각종 건강식품 등이 5만 원 안팎의 금액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어버이날에는 10만 원대의 제품이 주로 팔린 것에 비해 올해는 4만∼5만 원선의 선물이 많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어버이날 식사모습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외식을 했다면, 이번 어버이날에는 생활 속 거리두기 차원에서 ‘집 밥’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버이날과 오는 주말을 대비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정에서 식사대접을 하기 위한 반조리식품이나 밀키트 등의 추천 및 구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어버이날을 상징하는 카네이션 판매 역시 예년과는 다른 풍경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손님이 가장 많아야 할 때임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판매량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구월동에 밀집한 화훼농가들에는 꽃바구니 꽃다발에 비해 저렴하고 오래 유지되는 카네이션 화분이 주를 이뤘고, 가격대 또한 1만 원부터 3만 원까지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책정됐다.

판매원 A씨(26)는 "매년 어버이날 전날이면 꽃을 사러 온 차들이 줄지어 주차민원이 들어올 정도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이 별로 없다"며 "그나마 1만 원대의 화분은 만들어 놓으면 금방 나간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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