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이유로 부모님을 보지 못하는 시민들이 생겨나고, 지자체의 행사 축소 등으로 홀몸노인들도 쓸쓸한 어버이날을 맞고 있다. 7일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요양병원에 출입통제 배너가 세워져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어버이날이라 아버지 얼굴만이라도 뵙고 싶은데 입구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만날 수가 없습니다. 병원에서도 면회금지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고 하고, 할 수 있는 게 주말마다 떡이나 과일을 넣어드리는 것 뿐이라 답답합니다."

7일 인천시 부평구 한 요양병원에 만난 A씨(60)는 코로나19로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님을 장기간 만나지 못해 아쉬움에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달 20일부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를 다소 완화했지만, 요양기관의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강도 높은 방역지침은 변함이 없는 탓이다.

요양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미추홀구의 한 요양병원은 지난 2월부터 보호자의 면회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는데, 어버이날을 앞두고 자녀들의 방문 문의가 한꺼번에 몰려 다른 업무를 볼 틈이 없다.

해외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코로나19로 해외 항공편이 중단되거나 입·출국이 자유롭지 못해 의도치 않게 생이별을 하게 된 사연도 있다.

B씨(61)는 지난 설날을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3개월째 보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는 아들이 바로 옆 나라에 있어 비교적 왕래를 자주하는 편이었지만, 이번 어버이날에는 2주 동안 해외입국자 자가격리를 할 수 있을 만큼 휴가를 내기 어려워 상봉을 미뤘다.

B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함께 낚시를 하러 가자고 약속했지만, 그저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고 있다"며 "아들이 어버이날 선물이라도 보내려고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항공편이 줄다 보니 국제우편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그냥 다음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C씨(55)는 딸이 아랍에미리트(UAE)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두바이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딸은 항공사의 정규 노선들이 대부분 취소돼 휴직 중이다. 숙소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딸이 걱정돼 한국으로 부를까 싶었지만, 하늘길이 끊기면서 올 방법도 없어졌다. 어버이날 당일에 C씨는 등산으로 막막한 심정을 달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는 어버이날 즈음 각 사회복지기관에서 추진하던 다양한 행사도 발목을 잡았다. 지역 내 사회복지관 및 군·구는 매년 열리던 어버이날 관련 경로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홀몸노인 가정방문으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는 어버이날을 맞아 저소득층 노인 200가구에 갈비탕·두유·달걀 등을 담은 영양식품 꾸러미를 전달했으며, 연수종합사회복지관은 홀몸노인 203명의 집을 방문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다는 행사를 진행했다.

연수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비록 큰 규모는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진 어르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소규모 행사를 운영했다"며 "하루 빨리 어르신들을 복지관에서 밝은 얼굴로 뵙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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