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평온함은 상상 그 이상이다. 싱그러운 피톤치드를 내뿜는 초록나무, 철마다 피고 지는 갖가지 야생화,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파란 하늘, 걸을수록 편안한 자연 그대로의 흙길… 일상의 피곤함을 달래기에 이만한 종합선물세트가 있을까 싶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외부활동 자제로 너도나도 갑갑함을 호소하는 이 시기에 유독 더 그리운 자연이다. 2년 전 이맘때 서구청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서구의 진가를 알아내기 위해 곳곳을 훑어봤다. 인천에서 육지 면적만으로 가장 넓은 곳임에도 수도권매립지와 소각장 등 환경유해시설로 인해 ‘냄새 나는 곳’ ‘먼지 많은 곳’이란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강했던 서구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구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자원이 상당하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산과 하천이 자리한 곳 역시 우리 서구다. 그 중 대표격인 한남정맥은 인천의 중요한 S자 녹지축의 근간을 이루는 산줄기다. 이외에도 할메산·골막산·승학산·가현산·꽃메산·호봉산·천마산·원적산 등 10여 개에 달하는 산과 때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유일한 섬 세어도, 공촌천·심곡천·검단천·나진포천의 4대 하천과 강, 호수, 바다 등 권역별로 자연의 다채로움이 넘친다. 하지만 아쉽게도 특별히 떠올려지는 게 없었다. 서구민들조차 잘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 이유는 ‘단절’에 있었다. 산도 하천도 강도 바다도 모두가 따로따로였다. 그 답은 ‘잇다’였다. 그렇다면 어떤 것부터 잇는 게 좋을까? 걷기가 생활화된 요즘 시대에 둘레길 하나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던 점에 착안해 좁은 길 하나부터 잇기로 했다. 이왕이면 한남정맥을 중심으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길이 모여 둘레길이 시작됐다. 이름도 남달라야 했다. 고심 끝에 탄생한 이름이 ‘서로이음길’이다. 사람과 자연을 잇고, 자연과 자연을 잇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 특성과 문화를 자연스레 녹여냄으로써 걷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서구의 매력을 알아가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생태체험 역시 가능케 했다. 그렇게 잇다 보니 무려 10코스가 탄생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서로이음길 1호인 6.5㎞의 할메산 서로이음길을 완공했다. 개통 후 전년 대비 방문객이 다섯 배나 늘었다고 하니 참 뿌듯하다. 올해에는 가현산·승학산·꽃메산·검암 계양산 등 4개 코스를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세어도에도 2021년 개통 예정으로 서로이음길을 조성한다. 국가로부터 100억 원 가까이를 따내 접근성을 높이는 뱃길을 만들고, 생태관광 개발도 본격 추진해 바닷길 체험까지 가능하게 한다. 동네 녹지를 활용해 10대 명품테마길도 만든다. 우리 동네 바로 앞에 걷고 싶은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가좌권역에는 왕벚나무길, 석남권역에는 이팝나무길, 신현원창권역에는 배롱나무길, 연희권역에는 국화길, 마전권역에는 진달래길, 당하권역에는 철쭉길 등이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서구의 첫 번째 메타세쿼이아길도 단장 중이다. 공촌천에 671주의 메타세쿼이아를 식재해 2.6㎞에 달하는 명품테마길이 들어서게 된다. ‘이음’이 서구에 가져온 변화는 길을 잇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경인아라뱃길과 청라호수공원은 생태 자전거길이란 이름으로 이어진다. 올해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원과 하천도 잇는다. 청라호수공원을 감싸고 흐르는 공촌천과 심곡천을 잇는 것이다. 서구의 이음 스토리가 ‘청라호수공원~청라 상권~공촌천~심곡천’으로 확장돼 외지 동호인들이 서구를 주 무대 삼아 운동도 하고, 자연도 만끽하고, 밥도 먹게 해 지역화폐 서로e음 사용량을 늘림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연계하려고 한다. 

경인 아라뱃길에서 검암과 검단으로 가는 자전거길도 조성해 서구 전역을 하나로 이어나가는 큰 꿈도 그리고 있다. 작은 이음이 큰 이음으로 이어져 서구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가좌권역에서 검암권역까지 서구 곳곳을 생동감 넘치게 하고 있다. 길과 길도 잇고, 산과 산도 잇고, 강과 호수도 잇고, 공원과 하천도 잇고, 섬과 바다도 잇는다. 걸어서도 다니고, 자전거로도 이동 가능하다. 권역별로 테마와 스토리가 더해져 전에 없던 ‘명품 서구’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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