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시인
최영희 시인

전통적으로 신뢰는 중요한 덕목이다. 신뢰는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해야 하며 규칙이나 질서로움에 위배되지 않는 정의로운 언행이 전제돼야 한다. 보편타당한 진리와 원칙하에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점점 신뢰를 저버리고 너무 혼탁해져 간다. 사람들은 얄팍한 눈가림에 쉽게 휩쓸리며 우직한 진실을 헤아리지 못한다. 우매한 국민들을 일깨워 주는 정신적 지주나 옳고 그름을 일갈해 주는 지혜로운 원로들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 세계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급증에 따라 값비싼 오리지널 명품 대신 짝퉁을 만들어 유통시켜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개인정보 유출이 용이해 진 탓에 개인정보를 해킹한 보시스피싱은 지인인 척 가짜 목소리를 흉내내며 사기행각을 벌인다. 사회적 불신과 불안감이 팽배하고 선량한 피해자가 늘고 있다.

가짜가 어디 그뿐이랴. 인터넷카페 등에는 실명을 감춘 채 닉네임이라는 가짜 이름이 부지기수이며 탈선을 용이하게 만든다. 어떤 이슈가 등장하면 가짜뉴스로 도배하며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무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름하여 댓글부대는 가짜 댓글이 직업인 알바생도 있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를 위한 노조 중에는 일하지 않고 시위 등의 노조 행위만 하는 단체도 있다고 한다. 특정인을 무차별하게 매장시키는 일에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일이 발생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피해자가 생기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런 사회 풍조가 만연하게 된 것은 배금사상이 팽배해진 현실 탓도 있다. 살기 팍팍해진 사람들이 돈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가 변질되고 도덕성 해이를 불러온 교육의 부재 탓도 있을 것이다. 교육이라고 해서 단지 학교 교육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부터 가치관의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익과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는 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을 허탈과 좌절에 빠뜨린다. 정의의 사도가 돼 독야청정하다 바보가 돼버리거나 사회적으로 도태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용기 있는 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 

무엇이 사회를 이렇게 혼란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회풍토 회복이 절실하다.

역사적으로는 전략을 위해 가짜를 도용하기도 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트로이목마는 군사들을 목마 안에 태우고 적을 속임으로써 승리했고 제갈공명은 노수를 건널 때 풍랑을 만나 사람 머리 모양의 만두를 빚어 강물에 바쳤다는 지략도 썼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이요 계책의 한 방편이었다. 요즘 세상에 만연하고 있는 거짓말 잔치나 야비한 꼼수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근래에는 북한지도자 김정은의 신변이상설로 혼란을 가져왔다. 사실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위독설, 사망설, 휴식설, 건재설 등이 난무하고 정작 북한은 20여 일간 침묵했다. 분명 팩트는 있는데 해명 없는 북한이나 서로 엇갈리는 뉴스 중에는 사실과 가짜가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겠는가. 그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분분한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가짜뉴스를 보도한 이면에는 가짜 정보를 제공하는 자도 있었을 터이니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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