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문화계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영화 ‘범털’이 일상을 여는 영화계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관객분들이 그동안 집 안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극장에서 가볍게 날려 버릴 수 있는 영화로 다가가겠습니다."

한 배우가 때론 거칠고, 때론 유머러스하게 교도소의 밑바닥 세계를 낱낱이 까발리기 위해 극장가를 찾았다. 바로 14일 개봉 예정인 영화 ‘범털’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설구(53)씨다.

배역이 큰 범죄조직의 두목이다 보니 액션 연기에도 공을 쏟았다.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여건상 대역배우를 쓸 여력이 없어 주·조연 배우들이 모든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현장감이 느껴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부상을 입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상대적으로 액션 장면 촬영 경험이 많았던 이 씨는 후배 배우들을 격려하고, 함께 모여 운동하는 등 호흡을 맞추곤 했다. 촬영 현장에서조차도 그는 ‘범털(교도소 내에서 가장 돈 많고 지적 수준이 높은 수감자)’이었던 셈이다.

이 씨는 화려한 액션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길 원했다고 한다. 그는 "일반적인 교도소 내에서 범털은 얼마든지 자신의 편의를 누리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지만, 영화 속 범털은 조금 다르다"며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교도소 내 수감자들이 잘 적응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형님처럼 감싸주려고 하고, 나 역시 그 감정을 드라마처럼 전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벌써 20년째 연기인생을 이어오고 있는 이 씨의 꿈은 배우들에게 인정받는 배우다. 또 언젠가는 영화감독으로서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다. 현재 완성된 시나리오로 빠르면 내년께 촬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범털’을 촬영하는 동안 선후배님들과 함께 한 현장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많이 느꼈다"며 "돈과 명성을 거머쥔 스타가 되기보다는 촬영할 때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고,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건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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