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진료환경에 혁명 같은 변화를 주고 있다. AI가 진료 현장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이 확인되면서부터다. 

 구글에 따르면 폐암과 유방암의 진단 정확도 면에서 AI가 의료진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조사에서도 의료진 10명 중 8명이 AI가 의료 분야에 유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개원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전부터 디지털 혁신을 내걸었듯 AI를 기반으로 한 질환 진단, 의무기록 음성인식 솔루션 등을 도입해 환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전경.
용인세브란스병원 전경.

▶전 병원 차원 AI 도입, 폐암·유방암 진단 몇 초 안에 가능=용인세브란스병원은 영상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루닛의 AI 영상진단 솔루션을 도입해 주요 폐질환, 유방암 진단에 활용 중이다. 

 특히 특정 소규모 분야에서만 시범적으로 사용되던 사례들과 달리 전 병원 차원의 모든 영상에 AI 분석을 시행해 AI 임상 활용의 선도적인 실증 사례가 되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CXR는 흉부 엑스레이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해 질환이 의심되는 부위와 정도를 색상으로 표기해 준다. 폐 결절, 폐 경화, 기흉을 비롯한 주요 폐 비정상 소견을 탐색하며 정확도가 97~99%에 이른다.

 조기 침윤성 유방암처럼 유방 촬영기만으로 발견이 어려운 질환도 수십만 건의 사례를 학습한 AI 덕분에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고, 진단에 필요한 시간·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유방암 AI 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는 용인세브란스병원 김은경 2부원장(영상의학과 교수) 주도 하에 루닛과 공동 개발한 기술이다. 유방 촬영기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암의 의심 부위를 표시해 준다. 두 솔루션 모두 별도의 툴이 아닌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진단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환자의 대기시간을 줄여 주는 장점이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김성원 의료정보부실장(영상의학과 교수)은 "AI 진단 솔루션은 의사와 유사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는 만큼 진단 단계에서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면 오진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결점을 잡아내 조기 진단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진단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도 이어지므로 AI 진단 솔루션의 가치를 보여 주고자 지속해서 연구할 것"이라며 AI 진단 솔루션에 기대를 걸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루닛 인사이트 CXR를 통해 기흉 소견을 확인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루닛 인사이트 CXR를 통해 기흉 소견을 확인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의무기록, AI 음성인식으로 손쓸 일 없이 목소리로 적다=의무기록에 소요되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도 AI가 덜어줬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영상·병리 판독, 입원·처치기록지 작성 등 진료와 관련된 다양한 문서 작업에 뷰노의 AI 기반 자동음성인식(ASR:Automatic Speech Recognition) 솔루션을 도입해 공동 개발하고 있다. 

 뷰노메드 딥 에이에스알(VUNO Med-Deep ASR)은 국·영문을 혼용하고 약어를 자주 사용하는 우리나라 진료환경을 고려해 국내 의료데이터 수만 건을 학습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이 국·영문 의료용어를 함께 말해도 오류 없이 문서화가 가능하며, 작성된 문서는 음성으로 실시간 수정할 수 있다. 또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과 같은 전자의료 시스템에 탑재돼 있어 기록을 시스템에 전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박진영 디지털의료산업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자동음성인식(ASR) AI 솔루션 도입으로 의무기록에 드는 시간이 절반 이상 줄면서 의료진의 진료 외 업무 부담이 감소했다"며 "덕분에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더불어 업무 과중에 따른 사고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AI가 의료진의 업무효율성과 환자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해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병리과 의료진이 검체를 육안검색한 내용을 뷰노의 자동음성인식(ASR) AI 솔루션을 활용해 기록하고 있다.
병리과 의료진이 검체를 육안검색한 내용을 뷰노의 자동음성인식(ASR) AI 솔루션을 활용해 기록하고 있다.

 ▶환자 바뀜 사고 예방, 안면인식 AI 솔루션 도입 예고=용인세브란스병원은 검사 시 예기치 못한 환자 바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안면인식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0.001% 이내의 에러율과 약 100만 명의 얼굴로 검증된 이 솔루션은 환자 스스로 휴대전화로 촬영한 얼굴 사진을 사용해 환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이 솔루션을 갖고 병원 내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과정에 대해 업체와 공동 연구 중이다. 특히 안면인식을 등원 체크하는 단순한 적용을 넘어 위험한 검사, 시술 직전 환자의 신원 재확인, 수술 전 의식이 없는 환자의 바뀜 방지를 위한 재확인 단계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외래에서 갑자기 쓰러진 환자의 신원을 확인해 응급조치를 취할 때 활용할 수 있어 한 단계 높은 환자 안전을 위한 디지털 병원을 이루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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