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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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단상(斷想)
황규수 동산중학교 교감
  • 기호일보
  • 승인 2020.05.14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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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수 동산중학교 교감
황규수 동산중학교 교감

5월은 ‘가정의 달’과 ‘감사의 달’로 일컬어진다. 이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기념일이 5월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5월에는 평소에 잊기 쉬웠던 가정 또는 가족과 스승이 지니는, 소중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5월이 언제부터인지 부담스럽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왜일까? 인터넷 광고의 "고민되는 5월, 가정의 달 선물"이라는 글귀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학부모 입장에서는 ‘스승의날’이 그러하다. 물론 이는 교원의 처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승의날은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교권 존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정된 날로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맨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1965년부터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돼 스승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여러 행사들이 이날에 시행돼 왔다. 물론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 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게 돼 스승의날이 한때 폐지됐는가 하면, 일부 교사들의 촌지 수수로 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자 일부 학교에서는 이의 예방 차원에서 스승의날을 학교장 재량 휴업일로 정하기도 한다. 더욱이 일부 교원단체 등에서는 교권이 추락한 마당에 형식적으로 하루 정도 스승으로 불리는 것이 오히려 더 불쾌하다면서 스승의날을 폐지하고 이날을 다른 날로 변경해 교사의날 또는 교육의날로 기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사의 노고에 감사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스승의날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명칭과 날짜가 똑같지는 않지만 여러 나라에서 교사의날을 제정하고 있다. 또한 많은 나라들은 매년 10월 5일을, 1994년 유네스코가 설립한 세계교사의날(World Teachers’ Day)로 기념하기도 한다. 

물론 언제부터인가 "선생은 있지만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지만 제자는 없다"는 말을 쉽게 접하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주변에는 진정한 스승이 전혀 없을까?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님께서 스승이시고 불자들에게는 부처님이 그러하다는 점에서, 스승은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여러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아 왔다. 먼저 필자가 교직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은사님들의 추천 덕분이었다. 군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을 때 대학생 시절 교수님들의 소개로 필자는 교편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학교에 근무하면서는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할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여러 해 동안 강의를 할 수도 있었다. 이는 특히 당시 선배 선생님들의 배려 덕이었다. 더욱이 ‘주경야독’하느라 시간에 쫓겨 학위논문 제출 시기가 많이 늦어질 때 은사님들의 독려는, 필자가 미흡하나마 이제까지 학문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지만 대학 학창 시절 같은 과 학우였던 한 친구는 필자가 교직생활을 하며 의론 상대가 필요할 때 내게 늘 무언의 가르침과 크나큰 위로를 주고 있어 여전히 스승으로 생각한다. 서울의 한 일반 학교에 근무하며 장애 학생의 담임을 자청하는 등 모범된 교사 생활을 해 어느 텔레비전의 ‘칭찬’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으나 목소리만 들려줬다던 그 친구. 

현재도 소외된 학생들과 이웃들을 위해 교육과 봉사에 힘써 제자들로부터 정말 진정한 교육자라고 칭송되는 강 선생님. 지나온 세월을 돌아볼 때 비록 자주 뵐 수는 없을지라도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때려서라도 제 자식을 잘 가르쳐 주세요"에서 "제 아이 잘 봐주세요"로 학년 초 학부모들의 인사말이 바뀐 현실 상황. 여기서 「논어」 ‘술이편’의 "삼인행(三人行)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이라는 글귀가 지니는 의미를 더욱 깊이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스승을 찾을 때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절대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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