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설왕설래(說往說來)로 전 세계의 매우 큰 주목을 받았던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20일 만인 지난 5월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사진이 조선중앙TV를 비롯해 관영매체에 보도됨으로써 일단락됐다. 

보통 사안(事案) 같으면, 이렇듯 의혹의 당사자에 관한 정보가 공식매체를 통해 보도되면 자연스럽게 해소(解消)됐겠지만, 김정은의 경우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의혹이 제기돼 "도대체 그 실상(實相)은 무엇인가?"에 관한 의문으로 끝없이 연계되고 있다. 즉 김정은의 공개활동이 사진(寫眞)을 통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의혹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북한’이라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이해하고 진단하기 어려운 특수사회 내지 비정상국가이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일이지만 한 번 의심을 하게 되면, 그 의심의 진폭(振幅)이 날이 갈수록 깊어져, 의심이 또 다른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 지구상에서 유례없는 폭압, 통제통치를 행하고 있는 북한의 경우에는 재론(再論)을 요하지 않을 만큼 내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이 ‘최고존엄’이라 추앙(推仰)되는 김정은의 동정(動靜)에 관련된 것이라면 인공위성 등 최첨단 과학기기를 동원해도 그 실체 파악이 어렵다.

바로 이런 가운데 마치 ‘연기(煙氣)’처럼 스물스믈 퍼져 나오는 것이 바로 김정은의 ‘짝퉁’(가짜, 가케무샤, 대역 등) 설(說)이다. 이런 ‘설’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내외에 공개됐던 김정은의 영상(映像)과 사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가운데 걸음걸이, 치아의 배열 모습과 눈썹, 코, 이마의 주름살 등 얼굴 모습, 김정은이 탔던 전동카트, 공개활동 당시 배석했던 인물들과 김정은이 입었던 옷 등의 차이를 통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표식으로 원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문 대통령을 만난 ‘가짜 김정은’이 ‘진짜 김정은’에게 보고하겠다는 영상자막을 제시하는가 하면 ‘김정은의 짝퉁’이 중국 흑룡강성에 거주하는 조선족이라는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이는 가운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증 자료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물론 과거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자신의 대역(代役)을 뽑아, 그것도 1명이 아닌 4∼5명을 양성, 교육시켜 주요 계기시마다 활용했듯이 김정은도 자신을 대리(代理)할 수 있는 ‘가짜’를 내세워 주요 장소에서 그럴듯하게 연출(演出)하도록 지시, 조종하고 있을 개연성을 현실적으로 배제하기는 힘들다. 그럼으로써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가(加)해질지 모르는 자신의 신변 위협에 대한 우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가운데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심리적 육체적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상대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관련국 정상일 경우 직접 대면하는 위험성(?)으로부터 벗어나 이면(裏面)에서 회담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내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까지 이런 작태(作態)를 연출한다면, 대내적으로는 "카리스마적 영향력을 가진 신비스러운 최고지도자"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큰 후과’만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가 ‘대역’을 동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김정은의 ‘가짜설’은 대내적으로 지병(持病)이나 수술 등 부득이한 신체적 원인에 기인하는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정상회담과 같은 매우 중요한 만남에서까지 확대 추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전문가나 언론·방송들이 자신의 ‘주가’를 올리려는 소영웅주의적 차원이나 ‘특종(特種)’이라는 타이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럴 듯한 논지(論旨)나 자료를 제시해 ‘소설과 같은 가짜설’을 무책임하게 제기하는 것은 분단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현실을 호도(糊塗)하고 평화통일을 향한 있는 노력에도 정면으로 반(反)하는 매우 위태롭고도 경계해야 할 우매(愚昧)하기 그지 없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