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이름을 걸고 지역에 출마한 전국 75명의 출마자들과 무급·자원봉사로 기꺼이 주말을 반납한 당원들에게 정말 감사 드립니다. 또 정의당을 선택해 주신 270만 국민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국회 입성과 함께 원내대표로도 선출된 정의당 비례대표 배진교 당선인은 무엇보다 총선 출마자와 당원, 지지해 준 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 당선인은 "특히 출마자들은 선거비용을 제대로 보전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출마했다"며 "이제 냉정한 성찰과 평가를 통해 변화한 지형에서 정의당이 해야 할 역할과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의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유일한 진보정당의 첫 원내대표로서 대단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비록 교섭단체는 안 됐지만 여전히 일당백의 의지와 실력을 가진 정의당 여섯 의원들은 국회를 넘어 시민을 향해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배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은.

 ▶비례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정의당 입장에서는 여러 아쉬운 점이 있어 마냥 축하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2010년 수도권 최초 진보정당 구청장이 됐을 때도 기뻤지만 최초라는 책임감과 무게감 탓에 기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다. 엄중한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나는 심판, 하나는 기대인 것 같다. 국정농단과 탄핵세력에 대한 심판과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가 한 축이었다. 결과적으로 탄핵세력이 여전히 문 정부의 개혁을 발목 잡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 이 두 가지가 총선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라고 본다.

 정의당 입장에서는 그래서 더 힘든 선거였다. 설마 더불어민주당까지 위성정당을 만들까 싶었다. 정의당이 현실정치에 대한 냉정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게 가장 아픈 부분이다.

 비례위성정당에 유권자들이 표를 준 건 ‘어쩔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선거 구도가 ‘심판’과 ‘기대’로 작동하면서 양당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국민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정의당을 살리자’라는 표심이 10%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아쉬움도 크지만 270만 명이 표를 준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의당다운 길을 개척하고 선명한 정책과 비전을 보인다면 더 큰 지지로 돌아올 것이다.

-선거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단 정의당과 민생당 등이 위헌심판 청구를 냈으므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선거법 개정에는 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2년도 지방선거 전까지 개정했으면 한다. 개정 원칙은 위성정당의 국회 진입을 막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즉 민심 그대로의 국회가 완성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문구나 단어 하나 바꿀 게 아니라 취지를 온전히 살려야 한다.

-앞으로 당내에서 당선인의 역할은.

 ▶개인적인 역할보다 정의당에게 주어진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거대한 소수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의당이 한 팀으로 똘똘 뭉쳐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슈퍼여당 시대에 진보야당 역할은 더 막중하다. 정의당에 거는 기대가 더 커질 수도 있다. 180석 집권여당은 이제 국민에 댈 핑계가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6주기 추도식에 갔을 때 한 유가족 부모가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는 힘이 없어서, 미래통합당이 발목을 잡아서 진상 규명을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힘을 몰아줬다"고 말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이 1년도 채 안 남았는데 더는 핑계가 없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여기에 정의당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기대했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추동하는 역할이다. 국민은 정치·사법·언론·경제 개혁 등 불평등·불공정을 해소하라고 집권여당에 주문했다. 집권당이 기득권 앞에서 주저할 때 그 개혁을 정의당이 견인해야 한다. 가끔은 싸우기도 해야 할 거다. 심상정 대표가 말했듯 국회 장벽을 넘지 못한 여성·청년·소수자의 삶을 대변할 의무가 정의당에게 주어졌다.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하나는 국회 개혁 정치 혁신이다. 엄청난 특권을 누리면서도 일하지 않는 국회를 바꿔야 한다. 불로소득이 너무 심하지 않나. 세비 인하와 특권 폐지가 우선이다. 세비는 최저임금의 5배를 넘지 않도록 최저임금과 연동형으로 인하할 것을 제안한다. 특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셀프금지 3법을 제안한다. 셀프 급여 인상 금지, 셀프 징계 금지, 셀프 국외여행 심사 금지다.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 구현의 상징적 1호 법안이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실현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무상의료·무상교육 정책을 주장해 왔다. 2004년 당시만 해도 허황되고 현실성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진보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 전 국민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또 청년, 노인 등 1인가구에 1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법안도 고민하고 있다.

-활동하고 싶은 상임위는 어디인가.

 ▶보건복지위와 정무위를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위는 시민 생활의 최저(最低)선을 지키는 곳이다. 정무위는 대한민국에 만연한 갑질을 근절하고 게임의 공정한 룰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본다. 어느 상임위든지 민생을 지키고 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인천시정부와의 관계는.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시민들을 위해 다같이 협력하고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자 인천이 배출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언제든지 지역 현안 해결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개편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은 국민들이 슈퍼여당을 만들어 줬지만 장기적으로 진보정당이 야당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라는 기대와 요구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앞으로 개혁이 후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개혁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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