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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많이 하던 ‘끝말잇기’ 놀이다. 여러 사람이 삥 둘러앉아 한 사람이 한 낱말을 말하면 다음 사람이 그 말의 끝음절로 시작하는 낱말을 불러 이어간다. 이어가고 이어가며 이어가다 결국 잇지 못하는 사람이 그 놀이에서 패배한다.

그때를 떠올리면 우리는 모두 기를 쓰고 말을 이어 이기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단순한 오락일 뿐이다. 게임에서 지는 것뿐임에도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던 우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비단 끝말잇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억지로 무리해서 말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말이 이어진다고 다 말이 되는 건 아니다. 동양의 탈무드라 불리는 채근담에서는 ‘한 마디의 말이 들어 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기에 중심이 되는 한 마디를 삼가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말이 이어진다고 다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장자의 말처럼 개가 짖는다고 해서 용하다고 볼 수 없고, 사람이 떠든다고 해서 영리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요즘처럼 말이 쉽게 이어지는 때를 본 적이 없다. 말을 잇는 것이 참으로 하찮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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