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학은 자유로워야 하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대학의 자율과 독립은 대학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미래의 지도자가 성장하는 토양이 되기 위한 근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핵심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대학의 자유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 운영의 자유다. 교수들은 자유롭게 연구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총장 선출이나 대학 운영에 대해 정치, 언론 등의 부당한 간여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권의 입장에 따라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라느니, 이제는 다시 직선제로 선출하라느니 시시콜콜 대학 운영에 개입해왔다. 여기에 오랫동안 올리지 못한 수업료는 대학 재정을 어렵게 하고 있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받게 되는 정부의 재정 지원은 대학을 옭매는 올무가 되고 말았다. 사립대학은 물론이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마저 딱하고 어려운 처지는 마찬가지다.

이번 정권에서는 그나마 대학 총장은 대학의 주체들이 선출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경북대·공주대·방송통신대·한국체대 등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했던 지난 정권보다 훨씬 올바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세 흑사병이나 20세기 초반 스페인 독감에 비교할 수 있는 최근 코로나19는 우리 대학의 미래까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강의와 수업방식이 유지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맞는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는지 등 대학이 맞이하고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높고 크다.

대학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이기고 나가기 위해서는 유능하고 활동력 있는 리더가 선출돼야 한다. 

그런데 국립대학인 인천대학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내부도 아닌 외부에서 그것도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의혹만으로 특정 언론이 특정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상황을 들어보니, 의혹 내용은 후보가 친박이라는 것이고, 과거 공기업 사장일 때 가족이 근무하는 업체에 100억 원에 이르는 규모의 사업을 밀어줬기 때문에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중 많은 당선인들이 과거 정권에서 공무원을 하거나 공기업 임원을 했던 인물들이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이들 모두 다 친박이다. 공무원 출신 현직 장차관들은 거의 모두 친박이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 옳은 주장인가.

지난 정권의 권력남용이나 비리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본인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공기업 사장을 한 것이라면 감정적 비난 수준인 ‘친박’ 논란은 제기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것이 올바른 언론의 자세다.

또 한 가지는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여부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공기업은 내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그 사실이 확인되고 징계를 받았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지만 상대방의 반론 기회를 주지 않거나, 반론 내용을 무시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총장선출에 대한 최종 결과를 불과 한 주 앞에 둔 시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특정 후보 탈락과 상대 후보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정치인에 대한 선거와 대학 총장 선출은 성격과 내용이 다르다. 정치인은 국민이 선출하는 기관이지만, 대학 총장은 대학의 자치에 기반한 독립적이고 내부적인 대표자의 선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장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평가는 대학 내부 절차와 자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

대학은 스스로 살아 있는 연구공동체이다. 비위가 명백해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총장으로 선출된다거나 대학이라는 기관을 이끌 수 없을 정도로 능력이 부족하다면 모를까, 대학 스스로 정한 총장 선출과 관련된 위원회에서 검증을 거치고,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에 의한 결과라면 밖의 사람이나 언론이 왈가왈부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바로 서고, 언론도 바로 선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의 초대 학장인 마테우스 훔멜(Matthaus Hummel)이 1460년 설교에서 인용했던 솔로몬의 잠언인 "지혜는 자신에게 집을 지었다"를 다시 인용하고 싶다. 대학이 스스로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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