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함박초등학교의 온라인 원격수업 플랫폼 ‘초롱이 알리미 웹’에 다문화가정 학생을 배려하기 위한 러시아 번역 대본이 게시돼 있다.  <인천함박초등학교 제공>
인천시 연수구 함박초등학교의 온라인 원격수업 플랫폼 ‘초롱이 알리미 웹’에 다문화가정 학생을 배려하기 위한 러시아 번역 대본이 게시돼 있다. <인천함박초등학교 제공>

온라인수업이 시작되자 교사는 학생들에게 세계 각국 명절의 문화·놀이·음식 등을 설명하며 준비한 영상을 보게 했다. 한 아이는 영상을 틀어놓고 홈페이지에 따로 게시된 러시아어 번역 대본을 열심히 따라 읽는다. 다문화가정 속에서 아직 한국어를 완전히 익히지 못한 아이를 위해 교사들이 따로 준비해 둔 대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며 원격수업이 약 한 달째 접어드는 동안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스승들이 있다. 바로 연수구의 인천함박초등학교 교사들이다.

함박초는 지역 특성상 전교생 554명 중 러시아·우즈베키스탄·중국 등 총 13개국 142명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 중 한국어를 습득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학급 6개를 운영하고 있다.

중도입국가정의 학부모들은 한국어를 거의 몰라 학교 알림장 확인은커녕 원격수업 플랫폼 접속 방법조차 익히기 어려울 때가 많았기에 원격수업의 어려움이 예상됐다.

이에 함박초 교사들은 지난 3월 말부터 대책회의를 연 끝에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바로 기존에 이용하던 가정통신문 알림장 ‘초롱이 알리미 모바일 웹’에 다국어 번역서비스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었다.

앱 개발자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요청하자 개발자도 흔쾌히 받아들여 곧 개선됐다. 기존 웹에 구글 번역 기능을 연동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온라인 학습 도중 실시간으로 러시아어 등 60여 개국 언어로 번역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웹 구축이 완료되자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초롱이 모바일 웹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곧바로 가정통신문과 유선을 통해 안내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가정은 직접 방문까지 하며 가입을 도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교내 142명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은 막상 수업을 듣게 되더라도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참여 의지가 떨어질 때가 많다. 특히 학생들의 반응을 실시간 확인하기 어려운 원격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손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사들은 오역을 줄이고자 어려운 단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짧고 간단한 문장 위주로 수업자료를 만드는 등 사후 관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애영 연구부장은 "선생님들이 원격수업을 처음 준비하다 보니 만반의 준비를 해도 모자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번역 웹을 구축하게 됐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돼 건강한 학생들과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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