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정 인천계양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김향정 인천계양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없이 그냥 선생님이 낮에 말씀하신 것만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그게 나왔어요.", "친구들도 해보면 심폐소생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권유하고 싶어요." 5년 전인 지난 2015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이수빈 학생이 서울시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 쓰러진 50대 남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후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 중 꺼낸 말이다. 어른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사이, 이 학생은 한걸음에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어떻게 어른들도 선뜻 나서서 하기 어려운 심폐소생술을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해낼 수 있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50대 남성이 쓰러지기 4시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4시간 전 이수빈 학생은 인근 소방서에서 심폐소생술에 대해 교육받고 있었다. 심폐소생술 이론과 실습용 마네킹을 활용해 가슴을 압박해보는 등의 실습교육도 받았을 것이다. 소방관에게 받은 심폐소생술 교육으로,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린 귀중한 사례로 남게 됐다. 

필자는 지난 1997년 인천소방에 임용돼 10년 이상 119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을 누볐다. 약 2년 전부터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 등 소방안전과 관련된 교육을 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 중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소방안전 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수빈 학생의 사례를 자주 언급하곤 한다. 이는 필자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이며 호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수빈 학생의 사례 외에도 소방안전교육을 기억해 자신의 아이들을 구한 아버지가 있다. 

지난 2012년 서울시 광진구에서 7살과 11살 난 두 형제가 어른들이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던 중 현관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겁에 질린 두 형제는 화장실로 대피했다. 형제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고 아버지는 침착하게 119 신고 후 소방안전교육을 받은 기억을 더듬어 수건을 물에 적셔 코와 입을 막고 숨을 쉬고 창문으로 구조 요청을 하라고 알려줬다. 다급한 상황에서 예전에 배웠던 소방안전교육 내용을 떠올려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킨 아버지의 침착함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쯤 되면 내 이웃과 내 가족을 살리는 그 소방안전교육, 나도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소방안전교육은 시민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인천에는 10개의 소방관서가 있고 각 소방서에는 소방안전교육을 담당하는 ‘안전문화팀’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생활방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어느 정도 집합교육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심폐소생술 및 소방안전에 관심이 있다면 각 소방서별 안전문화팀에 전화를 걸어 교육 이수 의사를 타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소방안전교육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 교육 신청이 어려운 소방서도 있을 줄로 안다. 이럴 경우에는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여러 안전교육 영상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최근 인천계양소방서는 지난해 소방청에서 공모한 119생활안전 트로트 중 ‘안전을 주세요’라는 노래를 바탕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전문 연기자나 편집자 없이 순수하게 직원들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를 모아 만들어 더욱 뜻깊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교육적 내용까지 담고 있는 이 영상을 보며 소방안전교육을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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