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경영자총협회, 대한상의 등 노사정 관계자들이 지난주에 만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 준비 실무 협의를 했다. 민주노총이 먼저 제안했고, 한국노총이 고심 끝에 참여키로 하면서 모처럼 양대 노총이 함께하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고 한다. 환영한다. 작금의 상황은 이것저것 가리고, 내세우며, 힘 겨루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고용 충격이 언제까지 어디로 확산될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인류 역사 최대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풍랑이 언제든 배를 뒤엎을 수 있는 오월동주와 같은 처지에선 무조건 협력하는 것만이 모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서둘러야만 하는 이유다. 

물론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고용과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양쪽 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입장에서만 얘기하면 타협점을 찾기 힘들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노동계는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지켜낼 수 없다. 설혹 그런 약속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협상 당사자인 기업이 무너지면 모든 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낮은 임금과 노동 유연성’을 다 주장하는 건 고통을 분담하는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고집하면 타협점을 찾을 수가 없다. 

독일 하르츠 개혁의 성공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노동제도 개혁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로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고용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었다. 둘째, 노사 간 긴밀한 협력으로 ‘임금의 유연성’, 예컨대 근로시간 계좌제나 근로시간 밴드 모델 같은 관행이 확산되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고용을 지켜낼 수 있었다. 노사정이 ‘고용 유지’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스스로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 고민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21년 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경제활동 인구 감소 폭,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폭’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 유지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양보와 타협’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