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산학협력교수
전승용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산학협력교수

코로나19로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이 발표되면서 봄나들이,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 가족모임 등 5월의 일상적 풍경들은 ‘그땐 그랬지…’라는 가깝지만 그리운 기억 속 한 장면이 돼 버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천의 역사적 기억을 기념하는 제34주년 ‘인천 5·3 민주항쟁’ 기념행사가 옛 시민회관쉼터에서 5월 3일 간소하게 진행됐다. 

‘인천 5·3 민주항쟁’은 1986년 5월 3일 신민당의 개헌 현판식을 위한 행진 계획(옛 인천시민회관에서 인천시지부까지)에 대항하기 위해 5만여 명의 사회단체 회원과 학생들이 거리 시위를 전개한 사건을 말한다. ‘5·3 민주항쟁’은 ‘노동자가 주인 되는 사회 건설’과 삼민(민족·민주·민중) 헌법 쟁취’ 등을 주장, 1980년 5월 광주 이후 최대 규모 시위이자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3월 인천시는‘인천민주화운동 기념공간 조성 기본계획 수립’을 착수했다고 한다. 

인천민주화운동 기념공간 조성 필요성 분석 및 조성 부지(장소) 검토, 조성 형태 제안 및 운영 계획 수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기본계획 수립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6년 인천시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 인천시민의 민주정신 고양과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인천광역시 민주화운동 기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는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으로 ① 인천지역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② 인천지역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한 정리 편찬과 정신계승 ③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의 수집·보존·전산화·관리를 통한 전시·출판·학술 및 문화사업 ④ 민주시민의식 고양을 위한 민주 평화 교육 ⑤ 인천민주화운동 기념관 건립 및 운영 등이 명시돼 있다. 시 조례에 명시된 인천시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중 기념관 건립 및 운영을 제외한 사업 중 일부를 현재 인천민주화운동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다.

‘기념 장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 역사적 사건 등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로 기념할 대상과 주제에 대해 국가나 지역사회와 같은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나 상징적 의미를 물리적 형태로 제작해 배치한 공간을 의미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2019 서울민주주의포럼’에서 이동기 교수가 발표한 ‘역사학습의 새로운 형식: 민주인권기념관의 방향’에서 기념박물관의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억문화’의 핵심인 기념박물관은 과거 폭력을 다루지만 현재의 민주주의 과제를 염두한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관으로 단순히 비극적 과거를 재현하는 곳이 아니라 폭력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도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교육의 장이다. 

둘째, 기념박물관 건립과 운영은 과거청산 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의 흐름을 잇는 것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차원과 방식의 사회적 실천을 전제로 기념박물관은 국가 폭력에 맞선 정치 운동과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즉 기념관박물관 건립은 정치와 사회운동, 학문과 예술, 교육과 문화 등 여러 영역의 성과를 반영하며 그것을 융합하는 기획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 운영은 민주주의의 원칙인 개방성과 다원성에 기초해 공공영역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고 운영돼야 한다. 

셋째, 기념박물관은 희생자의 존엄을 지키고 피해자 고통을 인정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사회적으로 승화시키는 기관이다. 즉 기념박물관은 역사교육과 시민교육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방문객 친화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갖고, 그 권리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사하는 정치 제도’로 ‘자유’, ‘평등’, ‘인간의 존엄성’을 그 기본정신으로 한다. 

현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제시된 민주주의의 정의와 기본정신이다. 인천민주화운동 기념공간은 ‘5·3 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넘어 시민이 민주주의, 인권(노동), 평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 문제를 함께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함양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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