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가하지 말고, 그 어떤 생물이라도 함부로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와 친구를 내 뜻대로 이끌지도 말라.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그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른다. 연정에서 우환이 생기는 것임을 알라. 친구를 동정한 나머지 마음이 얽매이면 손해를 본다. 가까이 사귀면 이런 우려가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식이나 가족에 대한 애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 붙지 않도록 해라. 

 굴레의 끈에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은 먹이를 찾아 숲속의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다니듯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동반자들 속의 한 일원이 되면 함께 쉬거나 가거나 섰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는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남이 간섭하지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라.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남을 해치려는 생각 없이 무엇이나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고난을 이겨 두려움 없이 살아 가라. 

 잎이 떨어진 코오빌라아라 나무처럼, 다른 이의 표적을 없애 버리고 세속의 굴레를 벗어나, 용기 있는 이는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 가라.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매사 협조적이고 예의 바르고 총명한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과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가라.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마치 왕이 정복한 자신의 나라를 미련없이 버리고 가듯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가라. 

 몇 년 전 나와 인연을 맺은 한 스님께서 좀더 지혜롭게 살아가라는 뜻에서 매일 한 편씩 내게 보내주시는 글 중 일부다. 이 글은 불경 가운데 가장 먼저 이뤄진 경으로 초기 경전을 대표하는‘숫타니파타’ 경전(經典)의 일부이다. 가끔은 난해한 부분도 있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그 뜻을 알 수 있다. 요즘 들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로 인해 종종 혼란스러운 때가 있다.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모든 사람들이 이 글들을 가슴속 깊이 새겨 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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