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벨에포크
115분 / 드라마 / 15세 관람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만 가는 우리네 인생사.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보다 힘들고 아픈 순간이 더 길게 느껴지기만 한다. 달콤하지 않은 인생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행복했던 기억을 곱씹으며 살아간다.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지난날의 그 순간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다면 현재의 무채색 인생도 환해질 수 있을까?

 영화 ‘카페 벨에포크’는 어느 중년 부부에게 닥친 권태기와 첫사랑의 기억을 복고 감성으로 그려 낸 로맨스물이다.

 신문에 만화를 기고하던 ‘빅토르(다니엘 오떼유 분)’는 업계가 디지털화되면서 직장을 잃고 무기력한 일상을 보낸다. 모든 것이 금세 바뀌어 버리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가족들의 대화에도 끼지 못한다. 빅토르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한다.

 그와 반대로 기업의 CEO로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내 ‘마리안(화니 아르당)’은 디지털시대에 완벽히 적응했다. 그녀는 자율주행차를 타고 숙면을 위해 VR 기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녀에게 있어 남편 빅토르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된 노인’에 불과하다.

 그녀는 과거 남편이 만화를 연재하던 신문사의 대표이자 남편의 친구인 ‘프랑수아(드니 포달리데스)’와 내연 관계에 있다.

 둘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지던 어느 날 밤, 마리안은 빅토르를 집에서 쫓아낸다. 빅토르는 집도 직장도 잃은 채 방황하다 아들에게 받은 핸드메이드 시간여행 초대장이 떠올라 아들의 친구 ‘앙투안(기욤 까네)’의 회사를 찾는다. 그곳은 의뢰인이 원하는 시대와 순간을 완벽히 재현해 시간여행과 같은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고민할 것도 없이 빅토르는 1974년 5월 16일 첫사랑을 처음 만난 순간을 의뢰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많은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해 낸다. 행복했던 과거의 향수를 중심으로 중년 부부의 외도와 권태, 서로에 대한 애증, 젊은 커플들의 만남과 이별 등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화의 제목이자 ‘빅토르’가 첫사랑을 만났던 어린 시절 단골 카페의 이름 ‘벨에포크’는 ‘좋은 시절’을 뜻한다. 사람들은 과거 가장 빛나고 가장 사랑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이 영화는 단지 과거의 향수만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시절은 또다시 찾아올 거라는 희망으로 관객을 위로한다. 20일 개봉.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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