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코로나19를 둘러싼 인포데믹(거짓·허위 정보가 전염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는 현상)이 점입가경이다. 이런 일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이나 호사가들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을 기적의 약품이라고 홍보하는데 앞장선 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후 이 약품들은 미국 내에서 100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 하버드 의대 임상수련병원에서 이들 약품이 ‘부정맥 위험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밝히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책임을 맡았던 면역학 박사 브라이트는 ‘사위 쿠슈너의 친구가 운영하는 제약회사를 비롯해 정부와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들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다’고 고발했다. 국민들은 질병으로 죽어가는데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는 ‘아비간’을 코로나 치료제로 적극 권장했다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제조사의 모기업 회장인 모리 시게타와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자주 골프 치고 식사를 하는 등 가까운 사이이며 아비간을 향한 아베의 애정은 트럼프의 하이드클로로퀸에 대한 극찬과 겹쳐진다’고 했다. 이외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탓인지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은 약품을 홍보하고 과장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지도자는 여럿 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미국이나 일본의 감염병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발원지는 중국이다’라는 주장에서 보듯이 자칫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 17년 전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미국의 모습을 쉽게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 미국은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관련 가짜뉴스를 뿌렸고 언론들은 이에 적극 동조했다. 이 정부·언론 합작에 앞장선 대표적인 기자가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라크의 탈출 인사 찰라비와 정보기관이 흘리는 가짜 정보를 기사화해 이 선동모략전의 선봉장이 됐다. 세계 최고의 언론으로 꼽히는 뉴욕타임스로서는 뼈아픈 일이었으나 당시 그 누구도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코로나19 중국 때리기 선봉장 역할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간이다. 그는 지난달 "우한 연구소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와 인간 전염 가능성으로 사스와 같은 새로운 세계적 대유행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자료 출처는 익명의 행정부 관리들과 중국의 반정부 인사 샤오창이었다. 이 내용은 보수적 언론 폭스뉴스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버스피드, MSNBC 등까지 퍼날랐고 트럼프 행정부를 움직이게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한 연구소에 대한 조사를 중국에 요청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 연구소가 코로나 19 바이러스 유포지’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지지를 표시했다. 물론 중국은 강력 반발했고 증거를 대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트럼프로서는 올 11월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의 초기 대응 실패, 클로로퀸 망신으로 국내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화살을 중국에 돌려 궁지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을 뿐이다.

유럽연합의 토치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이를 두고 코로나19 이후 세계 주도권을 쥐려는 패권 다툼으로 규정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세계는 불가피하게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가 승자가 되든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굴기의 충돌은 고통 받는 지구촌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무력 충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제2의 무역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보다는 확증편향에 따라 여론이 형성되는 ‘탈진실’의 시대다. 정치나 언론이나 믿을 바가 못 된다.

분명한 사실은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이 "정치 지도자들이 올바른 치료제를 지지한다면 정치적 자산을 강화하고, 국제적 명성을 얻고, 기업에도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잘못된 약을 홍보한다면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이며, 언론이 정치적 목적에 부화뇌동해 그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세상은 더욱 어둡고 괴로운 미래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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