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관한 법 개정안이 19일부터 시행됐다. ‘불법 성적 촬영물’, ‘딥페이크(사진합성) 영상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유포를 막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불법 성적 촬영물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성폭력처벌법 14조 1항)’하거나 ‘촬영 당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한 촬영물(2항)’을 일컫는다. 

이제는 이런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만 해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n번방’ 사건처럼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반포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영상물을 이용해 협박·강요한 경우엔 가중처벌된다.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연령’은 13세에서 16세로 상향됐다. 특히 13세 미만에 대한 강제추행은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도록 했고, 공소시효도 폐지키로 했다.

나름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법정 형량을 죄목별·단계별로 세분화하고 상향 조정한 점, 공급자뿐만 아니라 수요자와 인터넷 사업자까지 책임을 강화한 점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부분도 여전히 많다. 성착취 영상물의 제작·반포죄 처벌만 봐도 그렇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꾼다고 무엇이 개선된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형량의 하한선’이 설정되지 않는 한,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판결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20일 본회의에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르면 음란물 삭제와 접속 차단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이것이 국내 업체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러면 ‘대문 활짝 열어놓고 코로나19 방역’하는 식의 반쪽짜리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실효성 제고를 위한 ‘국회 차원의 보완 입법 및 사법부 차원의 양형기준 강화’ 등을 통해 법적 미비를 좀 더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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