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일원에서 시민들이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20일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일원에서 시민들이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코로나? 그런 거 몰라. 걸리면 걸리는 거지. 기분 잡치게 그런 거 물어보지 말고 가서 소주나 두어 병 사주든가."

최근 인천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 속에 노숙인들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정한 거처가 없는 노숙인의 특성상 증상이 나타나면 자가격리도 어렵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방역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4시께 찾은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광장 곳곳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노숙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종이상자와 신문지를 깔고 누워 잠을 자거나 쓰레기와 술병, 먹다 남은 음식이 나뒹구는 길바닥에 둘러앉아 노름판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방역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동인천역을 통해 나오는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노숙인들을 피해 갔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A(46·여)씨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인천이 난리가 났는데, 사람이 많이 오가는 역 주변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지자체나 시에서는 노숙인들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또 다른 주민 B(68)씨는 "광장 근처를 매일 지나치는데 방역마스크를 착용한 노숙인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일반인보다 위생상태도 좋지 않아 감염 가능성이 훨씬 더 클 텐데 무슨 조치라도 빨리 취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인천시가 파악하고 있는 지역 내 노숙인은 약 130명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는 1천만 원 규모의 노숙인 지원 관련 추경예산을 반영했다. 또 주 2∼6회가량 지역 내 노숙인 밀집지역인 부평역·주안역·동인천역 등지에서 방역마스크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동구와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시 재난대책본부 주관으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무료 검진 행사도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인권 문제로 노숙인들에게 방역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숙인을 대상으로 방역마스크를 지원하며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며 "노숙인에게도 인권이 있기 때문에 방역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노숙인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