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경기북부의 경제와 고용 수준 보고서’를 보면 경기북부 인구는 344만 명(지난해 11월 기준)을 넘겨 342만 명의 부산시 인구를 추월했고, 지역총소득도 전국에서 4번째로 많다.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임금근로자 비율은 74.8%로 전국에서 9번째, 지역내총생산은 62조1천억 원(2016년 기준)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10번째다. 

이 같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경기북부의 신성장 동력으로 고양 일산, 양주, 구리·남양주 등에서 추진 중인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고양 일산 테크노밸리는 일산서구 법곳동 일대 85만여㎡에 조성된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산업, 방송영상콘텐츠 등 IT기업 유치가 기대된다.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도시개발구역 지정, 실시계획 인가와 보상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양주 테크노밸리는 마전동과 남방동 일대 24만4천여㎡에 추진 중이다. 섬유·패션 분야 기업들이 입주할 전망이며,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개발계획을 수립 중이다. 기존보다 5만6천여㎡가 감소하긴 했지만 군사보호구역 내에 사업부지가 위치한 탓에 좌초될 위기였음에도 관군 협의로 원활히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는 현재로서는 무산될 위기다. 구리시 사노동 21만9천㎡와 남양주시 퇴계원읍 7만2천㎡ 등 총 29만1천㎡에 지식산업단지와 주거복합시설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리시는 도에 사업 철회를 요청한 상태이며, 남양주시는 국유지 개발 선도사업과 연계해 단독으로 산업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도는 늦어도 7월께 유관기관과 회의를 열고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호일보는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지역본부와 공동으로 21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2층 회의실에서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추진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기호일보 안유신 부장이 사회를 맡고 이희건 중기중앙회 경기북부중소기업회장, 문미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태준 경기도시공사 부사장, 박귀남 (재)경기대진테크노파크 본부장, 김병수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지역본부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테크노밸리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토론을 벌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21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추진 현황 및 과제’ 좌담회 모습.  김상현 기자
21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추진 현황 및 과제’ 좌담회 모습. 김상현 기자

# 입주 업종 전략적 구상, 기회형 창업생태계 구축

이희건 중기중앙회 경기북부중소기업회장은 "테크노밸리에 기술집약적·지식서비스 기반 첨단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스마트팜, 미래식량 관련 업종 등 입주 업종을 전략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IT, 문화 콘텐츠가 특화된 고양 일산 테크노밸리가 김포·파주를 아우르고, 패션과 섬유산업이 발달한 양주 테크노밸리가 의정부·동두천·포천 등을 잇는 클러스터가 돼야 한다"며 "접근성이 좋은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는 경제적 파급력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특화산업 융·복합 전담 지원 조직을 설치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기업인들의 발목을 잡는 군사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의 합리적 완화가 필요하다"며 "‘생계형 창업’을 기술 중심의 ‘기회형 창업’으로 변모시키고, 스타트업 육성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첨단산업 육성 공공부문 투자 절실 

문미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사회연구실)은 테크노밸리 조성 목적은 ‘경기북부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구조 고도화’라고 정의했다. 

문 박사는 "가구, 섬유, 플라스틱 제조, 조립금속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서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이 첨단산업 및 고차서비스업이 육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 주도 ‘파이프라인형 수직생산 방식’에서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협력하는 ‘수평협업생산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4차 산업 요소 기술을 활용하는 중소기업들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벤처기업 집적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비즈니스 공간 등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공공부문 투자로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분양가 인하 등 입지수요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신도시 자족용지 확보 등 적극행정 필요

안태준 경기도시공사 부사장(균형발전본부장)은 "대체적으로 테크노밸리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만, 행안부 중앙투자심사를 비롯한 각종 절차상 애로사항이 있다"며 "정부 신규 택지 계획에 따른 3기 신도시 내 자족용지 공급 시기와 맞물려 실수요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신도시 개발 시 자족용지의 단계적 공급을 실현해야 한다"며 "고양 일산 테크노밸리는 장항습지, 고가도로 등 단절된 사업구역 제약을 해결하고, 양주 테크노밸리는 기반시설 설치와 단지 특화, 남양주·구리 테크노밸리는 신규 수요 부족으로 인한 사업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각 지자체가 사업 추진 의지를 갖고 적극행정을 펼쳐 사업기간 단축, 기반시설 확충, 급부상한 e커머스 스마트 물류 창고 입지를 추진하는 등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판교 테크노밸리 벤치마킹 앵커 기업·대학 유치 

박귀남 경기대진테크노파크 기획본부장은 "영세 기업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투자 비용을 지원하고 각종 규제는 개혁해야 한다"며 "분양 및 임대료 인하 등으로 입주를 유도하고, 정부 정책과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벤치마킹하면서도 차별화하기 위해 첨단 벤처공간을 확보하고, 업종을 IT 및 R&D 융합, 친환경 분야로 일부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며 "수요자 중심 맞춤형 단지 설계와 공급, 첨단산업지구와 배후주거단지, 상업업무지구 등을 유기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박 본부장은 "기업의 제조 시스템을 스마트화 시설로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며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리드할 앵커기업과 대학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현 기자 ks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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