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 대표
홍순목 PEN리더십 연구소 대표

며칠 후에 21대 국회가 개원하고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당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식 국회의원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이 시기는 20대 국회의원과 당선인들이 동거하는 시기로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이들이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을 시기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각 정당들은 새로운 인물들을 유권자 앞에 내어 놓음으로써 총선 승리를 추구해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로운 인사를 수혈한다는 면도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가 뚜렷한 이 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인물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빨리 어정쩡한 시기를 마감하고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몇몇 당선인들과 관련돼 제기되는 의혹은 각종 국가의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인물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1대 국회 시작부터 참으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이 국가 차원에서 자행됐음을 온 천하에 알리고 이들의 인권과 치유를 위해 30년 활동해 온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전 대표이자 국회의원 당선인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그의 노력은 부정될 수 없다. 누구도 하지 못한 일들을 그가 해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투명하지 못한 기부금 처리와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그의 높은 정신과 노력을 훼손하기에 충분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그들의 행동과 실천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느냐 아니면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한 것이냐 사이에서, 늘어나는 의혹과 이에 대한 불충분한 해명은 국민들의 판단을 후자로 기울게 하고 있다. 윤미향 당선인과의 거래관계가 있었던 이규민 당선인에 대한 의혹도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법의 지각 국회처리와 비례용 위성정당 출현 등에 더해서 허겁지겁 진행된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도 가슴 아픈 스토리지만 과연 이들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어떤 전문성을 갖췄으며 국민들 중 누구를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국민들을 절망감에 빠져들게 한다.

능력을 갖춘 인사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서 먼저 인격을 갖추라는 꾸지람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능력도 발견하기 어려울 뿐더러 인격조차 의심받는 인사는 또 어떠한가. 이런 인사를 공천한 정당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으로부터 1700여 년 전 중국 동진시대의 서성(書聖)이라 불리운 왕희지(王羲之)가 제자들에게 경계의 말로 남겨준 비인부전(非人不傳) 비기자부전(非器者不傳)이 급하게 소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왕희지는 스승의 안목으로 보아 인격과 그릇 면에서 합당한 인물이 아니면 함부로 예(藝)나 도(道)를 전해주어서는 안 된다며 경계의 말을 남겼다. 그의 말을 현시대 상황에 맞춰 인격과 그릇 면에서 합당한 인물이 아니면 함부로 공인의 자리에 앉히면 안 된다는 말로 해석한다 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에 대한 투표로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에 오른 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현 선거법하에서 문제가 되는 자를 공천한 정당은 왕희지가 전하는 경계의 말에 따라 이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과 경제적인 악영향으로 인한 국민의 시름을 생각한다면 21대 국회를 흐리는 미꾸라지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명약관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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