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숲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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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숲의 치유
변병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5.2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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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병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변병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고대 로마시대의 대규모 건설 사업은 많은 목재를 사용하게 됐고, 이로 인해 이탈리아 숲뿐 아니라 지중해 연안 숲까지 황폐화시켰다. 로마의 지배가 400년간 지속되는 동안 지중해 지역 산림은 거의 사라지게 됐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가 초래됐다. 이러한 숲 파괴와 기상이변은 곡물 수확에도 영향을 미쳐 식량 생산량을 크게 감소시켰으며, 이러한 기근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양실조 등 대혼란을 겪게 했다. 더욱이 이 시기에 흑사병이 창궐하게 돼 유럽 전체 인구의 25% 이상이 희생되는 참혹한 비극을 겪게 됐다. 이후 150년 가까이 피폐한 상태가 지속됐다. 이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은 전염병 창궐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숲의 파괴다.

도시의 숲이 사라지는 것은 시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시 숲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숲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은 한결같이 숲 근처에 사는 사람이 숲이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며, 심신이 안정돼 불안감과 우울감이 낮아지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도시 숲을 바라만 봐도 스트레스 호르몬 일종인 ‘코티솔’의 농도가 낮아져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자율신경계 지표인 혈압이 안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숲에서 뛰어 노는 아이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낮고, 불안과 우울감 등 부정적 정서가 낮으며 사회성과 창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시 숲은 치유 기능이 있다. 시 정부는 주민들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생활권 가까이 도시 숲을 즐길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계획하고 실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조성하지 않은 공원 부지가 너무나 많다. 이러한 미집행 공원이 전체의 48%나 차지하고 있다. 공원의 절반은 행정적으로만 공원이지 실제는 아니다. 

오래 전 헌법재판소는 사유지에 공원을 지정해 놓고 보상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로 인정하고, 지자체가 공원을 지정해 놓고 20년간 사업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공원 결정이 자동으로 해제되도록 했다. 그 시효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7월이 되면 사유지에 지정한 다수의 미집행 공원이 해제된다. 주민들에게 건강과 치유를 도울 수 있는 공원이 없어진다는 것은 재앙이다. 

인천의 경우 시민사회가 시 정부에게 예산을 세워 해제될 위기의 공원 부지를 매입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한 것은 공원이 얼마나 가치 있는 자원인지 알기 때문이다. 어렵게 지정한 공원을 쉽게 해제해 버리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자연경관이 양호한 공원부지에 커다란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특례사업도 문제다. 대규모 도시개발을 허용하는 특례사업을 지양하고, 예산을 확보해 공원을 조성하는 재정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도시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강도시(Healthy City)로 공원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질병이 걸리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건강증진’ 정책으로 공원 조성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 도시지역 안에 자연의 생명력을 풍성하게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 가까이에 나무와 새 그리고 사람이 모두 행복한 숲이 있는 녹색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은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도시공원은 우리만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도시 내 숲은 우리가 다음 세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고귀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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