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30대 후반의 재미교포 임신부 A씨는 임신 과정 중 영양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질환인 ‘포상기태(Hydatidiform Mole)’에 빠져 빠르게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이에 미국 뉴저지주 카운티주립대학 부속병원을 비롯해 많은 병원을 찾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현지 병원 어느 곳에서도 해당 수술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포상기태는 태아조직이 없거나 있더라도 기형의 형태이며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하는데, 치료를 미루다 보면 자칫 악성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신속한 수술이 필요하다.

 결국 A씨는 이달 초 급거 귀국을 선택했으나 또다시 ‘해외 입국자 2주간 자가격리’라는 코로나19 관련 규정 탓에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한국에서도 1차 RT-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언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현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자가격리 중인 환자를 선뜻 수술하겠다고 나서는 병원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인(IN)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음·양압 듀얼 수술장을 선보인 고양지역 대표 의료기관인 명지병원이 지난 12일 음압수술실에서 포상기태로 인한 자궁흡입소파술을 성공리에 진행해 A씨는 현재 안전하게 회복 중에 있다.

 당시 명지병원의 음·양압 듀얼 수술장은 정식 개소식을 갖지 않은 상태였지만 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중환자 치료를 위해 음압수술실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자가격리 중인 환자의 수술이 가능했다.

 산부인과 박병준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이 수술복 위에 규정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성공리에 수술을 집도했다.

 음압병실에서 격리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A씨는 자가격리 중이라 전화를 통해 주치의와 경과 관찰을 시행해 왔고, 24일 자가격리가 해제돼 25일 명지병원 산부인과 외래진료를 받았다.

박병준 교수는 "음압병실에서 보호복을 입고 첫 진료를 시작할 때 환자가 눈물을 글썽였다"며 "이역만리 미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국의 품에 안겨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데 대한 안도와 감격의 눈물이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코로나를 비롯한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면서 감염의 위험 때문에 신속하게 치료와 수술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2개의 음압수술장과 음압 혈관조영실을 갖추고 있는 명지병원은 음·양압 듀얼 수술장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고양=조병국 기자 chob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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