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配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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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配慮)
김경래 오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 기호일보
  • 승인 2020.05.26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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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오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김경래 오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원래 내 생각을 다른 이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하는 성격인지라 타인에게 보여질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연한 기회에 글 쓸 기회가 생겨 겨우겨우 써본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로 풀까 생각하던 중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 중간에 살고  있는 나의 시기에 자주 머리에 떠오는 단어가 생각났다. 사회적 약자를 대할 때 또는 공동체생활 중 타인에 대한 염려의 의미로 사용되는 배려라는 단어이다. 배려(配慮) :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쓴다는 의미이다. 

거의 이틀에 한 번가량 동네 인근 자그마한 산으로 운동 삼아 정기적으로 간다. 중년의 나이가 버겁지 않도록 신체 강화 목적도 있고, 일상 스트레스 해소도 겸해서 걷는 산길 보행이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파트 경비초소가 바라보이는 사잇길로 걸어 나온다. 간혹 경비원 아저씨와 눈길이 마주쳤을 때,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오늘은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다. 항상 수고하시는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감사 표시로 간단하게나마 목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간혹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스쳐 지나친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신문기사로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의 자살을 보고, 소시민의 공분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무심히 그저 그런 뉴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한 가정의 가장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기에 나도 모르게 안타까운 소리는 냈다. 입주민과 경비원 아저씨 간 원인은 사소한 문제로 발단돼 폭행 상황, 고소 등의 절차로 이어지다 극단적인 자살까지 이어진 것이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사건 발단 원인은 긴박한 일도 아니고, 중요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잠시 흥분을 참았더라면 이런 슬픈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커녕, 자기 손해에 조금이라도 침해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간사(人間事) 이러저러하다지만 결과가 큰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머릿속에는 자살 신문기사 생각에 잠겨, 울퉁불퉁한 산길을 걷는데 반대편에서 오던 일면식 없는 남자가 내 앞 발길 아래로 침을 퉤 내뱉는 것이다. 좋게 생각해보면,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침을 뱉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찝찝하고 기분이 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로 코, 입을 막고, 장갑을 끼고 보행하는데, 상대편은 기본 방역 장구인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발길 앞쪽으로 침을 뱉은 것이다. 순간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있겠나 싶어, 그냥 참고 지나갔다. 

오늘, 1시간 정도의 산길 보행을 통해 배려(配慮)만 떠올랐다. 가끔 지나온 과거 중 창피스럽고, 어리석게 행동했던 어떤 기억이 갑자기 떠오를 때 몸서리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반성할 만한 일들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자신에게 약간의 손해는 괜찮다라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자세가 각박한 요즘 세상에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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