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1동과 상현2동을 뺀 수지구 전역을 아우르는 용인병 선거구는 동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보수 색채가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용인지역 선거구가 갑을 두 곳이었던 제17대 총선부터 갑·을·병·정 네 곳으로 분구된 제20대 총선까지 한선교 의원이 내리 4선을 할 정도로 그야말로 보수의 아성이었다.

이 때문에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후보의 당선은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십수 년 만에 보수의 텃밭에 진보의 씨를 온전히 심은 정 당선인의 심정과 각오 등을 물었다. 

다음은 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16년 만에 지역구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의미 있는 첫걸음의 주인공이 된 감회는.

▶수지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보수당이 16년간 집권하면서 더딘 지역 발전으로 인한 주민들의 실망,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와 당의 노력에 대한 높은 평가가 합쳐진 결과라고 본다. 지하철역에서 감사인사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선거에서 이겨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많은 기대를 보내 주셔서 어깨가 무겁다. 더욱 낮은 자세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겠다.

-이른바 ‘험지’에 어렵사리 심은 진보의 씨앗을 뿌리내리게 하고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보나.

▶무엇보다 민주당이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 드릴 것이다. 그동안 수지 정치에 실망해 고개 돌려 외면했던 이들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사실 진보·보수의 이념을 떠나 정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진공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 정치가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고, 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지역의 발전이 내 삶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2018년 초 수지에 온 이후 민원청취의 날, 정책토론회, 리더십 아카데미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듣는 정치’, ‘찾아가는 정치’, ‘내 곁의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했고, 선거 전 잠시 중단했던 이 같은 활동들을 선거 후 재개했다.

물론 민주당의 정체성인 정의로운 사회, 평등한 사회, 자유로운 사회, 개인의 자유가 평등을 향하고 정의를 지향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토대로 한 정치여야 한다.

-성급한 질문일 수도 있다. 그런 조건들 중에는 당의 정체성과 맞는 지방의원 후보를 공천한다는 원칙도 포함되는 것인가.

▶민주당의 정체성이란 우리 공동체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한 방향성과 방법론이라고 본다. 국회의원, 지방의원 구분할 것 없이 민주당이라면 민주·자유·정의라는 철학 위에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철학이 다양한 주민 개개인을 포용하고 설득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행복공약 시리즈’를 10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당선인께서 내건 공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는가.

▶하루아침에 공약을 이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회의원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미 여러 공약과 현안에 대해 의원실과 민주당 시·도의원들이 담당을 정해 관리하고 있고, 최소 주 1회 이상 회의를 열어 관리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공약별로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추진이 안 되는 공약은 왜 안 되는지 원인을 찾아나갈 것이다. 또 공약의 성격에 따라서는 담당부서의 공무원과 주민들도 함께 논의하려고 한다. 

-‘제1호 공약’(대표 공약)과 실행계획이 궁금하다. 

▶지하철 3호선 수지 연장 공약을 반드시 실천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 이후 경기남부권 성남·용인·수원지역 국회의원들과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올 연말 나올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내년 초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용인시의 차량기지 부지 협조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정춘숙 정책고문단’은 한시적인 조직인지, 아니면 선거 이후에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나.

▶‘정춘숙 정책고문단’은 총선기간 공약을 논의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 조직을 6월부터 개편해 수지지역 정책 방향을 설계하기 위해 공부하는 조직으로 상시 가동하기로 했다. 매월 한 번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해 현안과 전망을 듣고 함께 공부할 것이다. 특히 지역 내 전문가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젊은 인재도 찾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 특별히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제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첫 번째 법안으로 특례시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용인시·수원시·고양시·창원시 등 인구 100만 도시에 특례시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2018년 발의됐으나 결국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법 개정을 통해 인구 108만 대도시 용인에 걸맞은 조직·재정·사무 등 특례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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