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퇴치해야 할 질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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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퇴치해야 할 질병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 기호일보
  • 승인 2020.05.2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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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은 발병 원인에서부터 사망자 통계에 이르기까지 불투명한 처리가 그 이유고, 일본은 어떻게든 하계올림픽 개최를 해보려다가 무리수를 거듭해 늪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중국은 화평굴기(和平屈起) 같은 부드러운 단어로 표현했을 뿐 패권주의 야망을 숨긴 적이 없는 만큼 추락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일본 역시 세계 웅비를 꿈꾸던 아베의 몰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살균제를 몸 안에 주사하거나 폐에 들어가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에서 보여준 무지도 향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예전과 같은 주도권을 행사하기는 많이 미흡할 것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담당 국장이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어쩌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자 급기야 척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돌팔이 약장수’라고 트럼프를 조롱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우리는 어떤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그야말로 세계적(?) 모범을 보여 칭찬을 받았고 한국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훨씬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내적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고공 행진 중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이상한 병이 돌고 있다. 이른바 ‘몰염치병’이다. 방귀 뀐 놈이 성을 내고, 도둑이 몽둥이를 드는 격이다. 물론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 공정(公正), 도덕성 지수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문제는 예전에 잘못했거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했을 경우 부끄러워하는 척이라도 했다. 처음에는 딱 잡아떼고, 부인하다가 마지못해 인정하고 억지로라도 사과하며 어느 정도는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 사안이 크다 싶으면 높은 지위에서 물러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연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중대한 과오가 명백하게 드러나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되레 잘못을 지적한 사람에 대해 욕을 퍼붓기 일쑤다. 해명이랍시고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제기된 문제와 별로 상관이 없는 이슈를 끄집어내어 상대를 몰아붙이거나 입에 거품을 물고 뒤집어씌우려 한다. 수치심도 없고 사죄하지 않으니 책임은 당연히 나몰라 한다. 이런 몰염치병의 압권은 아무래도 위안부 할머니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그 당사자 태도다. 이미 ‘조국병’이라는 비리 의혹의 피의자가 지금도 ‘쓰러지지 않고 싸우겠다’고 하는 다짐에서 선명해진다. 

누구나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그 출발점에 염치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주목하지 않는다. 남의 잘못은 시시콜콜 몽땅 찾아내려 두 눈을 부릅뜨고 온갖 방법으로 떠들어대면서도 자신의 잘못에는 아예 눈을 감아도 시원찮을 텐데 내로남불의 극치만 선명하게 보여준다. 위안부 할머니가 기부금 사용처 문제를 제기하자 ‘독립운동을 하는데 군자금 사용 내역을 따지는 격’이라고 하는데 이르러서는 정말로 아연실색할 노릇 아닌가. 정도도 유분수지 이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닐 것이다.

「폭정」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학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를 지적했다. 전체주의 확산, 포퓰리스트 득세, 이념적 편 가르기, 사실을 무시한 선전선동, 정부의 공포 마케팅이다. 중국과 일본, 미국의 사례를 보면 그 탁견에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우리가 보여준 그 모습을 되새겨봐야 한다. 환호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맹자는 일찍이 ‘수오지심(羞惡之心 )’을 지적했다. 수오는 내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한다는 의미다. 내 것이건 남의 것이건 올바르지 못한 걸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게 곧 공정의 출발이라는 말이다. 이런 태도를 갖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폭력을 잉태하게 만든다. 국가적 전염병(national epidemic)을 양산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제 21대 국회는 그야말로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드는 정치적 모범을 보여줄 막중한 시점에 있다. 역사의 수레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 내부에서 움트고 있는 질병의 퇴치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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