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 달라고 내미는 손에 뭐라도 줄 수 있어서 감사해요."

모두 민낯에 앞치마 차림이라 종업원인가 했는데, 그들 중 유난히 웃은 모습이 밝은 젊은 할머니 한 분을 찾아냈다. 바로 청해김밥집 이명옥 사장님이다. 

‘넣은 것도 없는데 맛있는 집’이 블로그에 올라온 이 집 평가인데, 알고 봤더니 좋은 것만 넣어서 맛있는 집이어야 맞는 듯하다. 직접 농사 지은 강화섬쌀, 전남 고흥수협 김, 유명 햄과 맛살, 짭쪼름한 우엉 한 줌, 직접 만든 달걀지단이 차렷 자세로 고슬고슬한 밥 속에 꼭꼭 숨었다가 입안에서 살살 풀어지면 간간하고 맛있는 김밥은 훌렁 넘어가고 고소함만 남는다. 게다가 다른 집 김밥보다 가늘게 썰어 나온 김밥이라 먹을 때 목이 메지도 않아 여러모로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식당이다. 

청해김밥은 인천시 미추홀구 석바위 부근 포장마차에서 김밥 장사를 시작한 지 30여 년이 된다. 우리 집이 ‘맛집’이 됐는지도 모르고 살았다는 그는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푸른바다(靑海)와 같이 번창하라고 지인이 지어 준 간판을 듬직한 아들과 함께 지키고 있다. 

할머니라기엔 다소 억울해 보이는 나이의 이 씨는 평생 동안 남의 어려움을 살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맨 빵을 물에 적셔 드시는 노인의 먹거리 챙기기, 일자리 없는 이웃에게 일자리 나누기, 더위에 지친 홀몸노인에게 선풍기 사 드리기, 이불 나눔, 취약계층 가정에 전달할 연탄·김장 지원, 위기가정 긴급지원행사 후원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묵묵히 실천하는 지역의 알찬 나눔활동가이다. 

또한 직원 16명이 모두 50∼60대 여성으로, 젊은 직원은 사절이라며 중년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왔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들까지도 ‘남 퍼주는 재미로 사는 사장님’을 닮아서 메뉴에도 없는 도시락을 만들어 3~4년 동안 청소년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단다. 행려자 밥 주다가 김밥 손님이 모두 도망간 적도 있다니 이정도면 천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평생 동안 베푼 나눔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단다. "뭘 그런 걸 계산해요. 그냥 형편되는 대로 하면 되지!" 그 많은 직원과 직원가족들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니 어찌 계획이 없을까마는 언뜻 봐도 욕심 없는 사장님이 분명했다. 

이명옥 대표에게 은퇴 후 계획을 묻자 양로원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혼자인 노인 10분만 모시고 돌아가신 부모님께 못다 한 효도를 하며 살고 싶다는 그는 어느새 붉어진 눈을 맨손으로 꾹꾹 누르고 있었다. 노년을 준비하는 시기에도 홀몸노인을 돌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니 아마도 그는 살핌과 나눔으로 인생의 김밥을 채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손의 크기가 다르다. 그 손으로 물건을 잡을 때 놓지 않으려고 움켜쥐면 아주 적은 양만 남지만 두 손의 손가락을 벌려 담으면 더 큰 물건도 담을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이명옥 사장은 아주 큰 손을 가진 사람이다. 오늘은 내 손에 뭐라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자꾸 쳐다보게 된다. 내 손도 큰 손이고 싶고, 우리 사회에 큰 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청해김밥은 대한적십자사 정기후원 프로그램인 희망풍차 나눔활동에 가입해 9년째 취약계층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적십자 나눔에 함께 하시는 분들] 

㈜대금지오웰 30만 원, ㈜이알지서비스 20만 원, ㈜HIP일렉트로닉스 20만 원, ㈜세니온 100만 원, 해안실업㈜ 10만 원, ㈜삼지조경산업 10만 원, 연세선치과 10만 원, ㈜지플러스 3만 원, 착한쭝식 3만 원, 운화정보통신 3만 원, 나라약국 3만 원, 을왕리비치펜션 5만 원, 우래정 김포한우마을 3만 원, 명원정 3만 원, 선진솔루텍 5만 원, 대박축산물도매센터 3만 원, 해성특수㈜ 3만 원, ㈜세창물류 3만 원, ㈜로드원 5만 원, ㈜청암엔지니어링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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