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해 5월 30일 수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인천의 수돗물 사고 후 1년간 시민 신뢰 회복에 나섰다.

학계·전문가·시민 등으로 구성된 상수도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시민 눈높이에 맞춘 수질 기준과 시설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또 행정절차와 서비스를 시민 중심 정책으로 대전환했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조직 개편도 추진 중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들이 수질 피해를 입은 서구 공촌정수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들이 수질 피해를 입은 서구 공촌정수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 정수장부터 수도꼭지까지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상수도본부는 수질 악화의 주원인인 노후 관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올해부터 신규로 주기적 관로 세척을 시작한다. 지난해 적수 피해 지역인 서구지역의 불량관 2.5㎞를 긴급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88.8㎞, 2021년에는 87㎞, 향후 2025년까지 총 410.9㎞의 수도관을 총 3천752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교체할 계획이다.

또 노후 관 교체 대상 선정 시 경과년수를 비롯해 누수가 많은 관로, 수질민원 잦은 지역 관로 등 11가지 평가 기준을 검토해 교체 대상 순서를 정하는 등 합리적인 정비를 시행할 방침이다.

수질 취약관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총 88억 원의 예산으로 73㎞ 구간의 관 세척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올해는 총 12㎞ 구간의 세척을 우선 실시한다. 지난 3월 강화읍을 관통하는 350㎜의 송수관 4.7㎞ 구간에 대해 고압 질소세척 시연도 마친 상태다.

이와 함께 2021년까지 52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스마트 관망 관리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수질·유량을 실시간 측정·관리, 수질사고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서구 완정역 인근 방류 및 수질테스트 현장 모습.
서구 완정역 인근 방류 및 수질테스트 현장 모습.

환경부 기본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1차 실시간 수압계, 스마트 관로인식체계, 워터코디·워터닥터 ▶2차 소규모 유량·수압 감시 시스템, 스마트미터 ▶3차 재염소설비, 정밀여과장치 등의 설비를 구축한다.

최고 품질의 수돗물 생산을 위한 시설 선진화에도 속도를 낸다. 고도정수처리는 일반정수처리에서 제거되지 않는 맛과 냄새, 유기오염물질을 오존 살균과 활성탄 흡착 추가 처리로 수질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상수도본부는 지난해 9월 서구 공촌정수사업소에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을 설치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 전까지 시설을 갖춘 곳은 부평정수사업소 1곳뿐이었지만 올해 수산정수사업소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착공한 후 남동정수사업소에도 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다.

# 시민이 평가하고 시민이 만드는 미추홀참물

상수도본부는 지난해 12월 수돗물평가위원회 조례를 개정해 수돗물평가위원을 10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하고, 공무원과 전문가·시민단체로 구성됐던 기존 위원회에 시민 2명을 공개모집해 시민단체 참여 인원을 늘렸다. 또 수돗물 채수 지점을 120개소에서 144개소로 늘리고, 검사항목도 60개에서 91개로 세분화해 매월 외부 공인 수질검사기관의 수질검사 결과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인천시가 중구 영종가압장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
인천시가 중구 영종가압장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민과 수돗물 관련 전문가가 힘을 모아 수돗물 정책을 발굴·조정하는 ‘인천 건강한 수돗물 만들기 위원회’도 만들어진다. 위원회는 앞으로 수돗물정책의 기본 방향 및 종합계획, 수질 개선 정책의 발굴·조정, 수돗물 이용 활성화를 위한 교육과 홍보, 정책 재원 조달 등을 심의한다.

아울러 24시간 자동 측정된 수질정보를 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동네 수질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부평·남동·공촌·수산 4개 정수장의 수질정보를 시 홈페이지와 부평역·주안역 등 6개 옥외 전광판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수질측정기가 설치돼 있는 배수지 33개소·관말지역 26개소의 수질정보는 다음 달께 공개할 예정이며, 2021년에는 읍면동까지 수질측정기를 확대 설치하고 지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여기에 시민 누구나 수돗물 수질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고 평가·판단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새롭게 개발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난 5년간의 수질검사 결과 약 3만2천 건을 분석한 것을 기초자료로 맛·냄새·이물질 등 5개 평가지표와 법정 수질기준보다 높은 인천만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향후 지속 모니터링해 시민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수질 피해를 입은 중구 인천영종초등학교를 찾은 박남춘 인천시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수질 피해를 입은 중구 인천영종초등학교를 찾은 박남춘 인천시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 전문적이고 빠른 조직으로 체질 개선

시와 상수도본부는 적수 사고 예방을 위해 위기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상황별 대응 방안 및 심각 상황 시 대응 지침을 세분화했다. 수계 전환 매뉴얼도 정비해 수계 전환 15일 전부터 대시민 홍보 및 수질 모니터링과 4단계 위기상황별 대응안을 골자로 하는 안을 올해 3월 발표하고 현장조치 개인별 행동 매뉴얼도 정비했다.

또 지난해 상수도경영컨설팅과 상수도 혁신위원회에서 제시한 과제를 기반으로 상수도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수질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본부 산하에 수질안전부를 신설해 수질 안전업무를 총괄하도록 하고, 시민 접점에서 수질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대응전담팀도 수도사업소별로 설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스마트 상수도 도입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망 관리와 대형 관로 정비 기능 보강, 관로·관망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워터닥터·워터코디 인력도 충원해 현장대응전담팀인 수질안전팀에 배치해 인천형 워터케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 박영길 상수도사업본부장 인터뷰

-적수 사고 1년 소회를 밝힌다면.

▶당시 전북 완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고위정책과정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30여 년 공직생활 중 절반 가까이 상수도본부에서 근무하면서 누구보다도 상수도에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본부장의 직위를 떠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해야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는지 밤을 새워 숱한 날을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현재 수질사고는 표면적으로는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상수도본부가 스스로 개혁하고 발전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수도사업본부와 미추홀참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회복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시민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미추홀참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상수도혁신위원회 혁신안 도출 이후 추진 상황은.

▶혁신위가 제안한 단기과제 7개와 중장기과제 6개를 4개 분야 37개 세부과제로 재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먼저 ‘위기관리 대응체계 확립’을 위해 상수도 분야 전문 용역사, 교수, 한국수자원공사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수계 전환 매뉴얼을 완성했고, 상수도 전문인력 강화를 위해 8개 직위 14명의 전문관을 25개 직위 47명으로 확대했다. 시설관리직류의 신설도 추진 중이다.

‘관로 관망의 체계적인 관리 및 선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수질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정기 물 세척, 송배수관 주기적 세척을 올해부터 2025년까지 73㎞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스마트워터그리드의 체계적인 도입을 통한 관망 관리의 선진 운영을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용역 관련 기초자료 조사를 실시했다. 노후 수도관의 부식 방지를 위해 부식성지수(LI 지수)를 수돗물 관리항목에 도입하고자 수질연구소에서 배급수 계통을 조사하고 있다.

‘시민서비스 강화 및 시민 참여 확대’를 위해 수질정보를 공개하고, 수돗물 직접 음용 확대를 위해 상수도본부 청사 내외에 음수대 2개를 설치했으며 수산정수사업소에 2개 음수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시민의 수돗물 수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향상된 수질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상수도 공급체계 및 제도 개선을 통한 경영 혁신’을 위해 가정용 요금체계를 현행 3단계에서 1단계로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고, 물복지 개념 도입 차원에서 취약계층 수도요금 부담을 일반회계에서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상수도 공급체계 개선 방안으로 장기적 관점의 지방공사화 또는 자회사 설립 위탁관리 등에 대해서는 일부 사업을 위탁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고 이후 대시민 소통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방안이 있다면.

▶지난해 12월 지역 온라인 카페 ‘너나들이 검단맘’, ‘달콤한 청라맘스’와 소통행정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 수계 전환 실시 및 노후 수도관 교체공사 등의 각종 상수도 정보와 행정서비스 내용을 카페에 신속히 게재해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 상수도 주요 행정에 대해 평가 및 홍보를 강화하고 시민과의 소통 폭을 넓히고자 ‘수돗물 시민평가단 및 대학생 서포터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돗물평가위원회 조례를 개정하면서 수돗물 평가위원을 종전 10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해 일반 시민의 직접 참여 기회를 마련했고, 올해 2월 처음으로 시민 2명을 공개모집했다.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은.

▶인천의 수돗물 ‘미추홀참물’은 한강 원수를 원료로 정수처리 공정과 염소 소독 후 먹는물 수질기준 61개 항목 등 총 188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통과해 생산돼 결론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상수도본부는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생산은 물론 급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질 문제에 철저히 대응해 시민들께서 신뢰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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