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바이러스로 불리는 코로나19가 여러 사람 힘들고 어렵게 만든다. 이번에는 버스기사들에게 고유 업무인 안전한 버스 운행에 덧붙여 마스크 판매까지 떠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교통 분야 방역 강화 방안’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자 이날부터 지역 내 2천400여 대의 시내버스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 사회적 기업인 ㈜이레인텍, 인천버스운송사업조합 등과 위탁판매 대행 협약을 맺기도 했다. 버스를 이용할 때 마스크를 잊고 탄 시민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전국에서 처음 시행한다.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승객은 버스기사에게 덴탈마스크 2장을 1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사실 마스크 하나 때문에 바쁜 시간에 버스를 놓칠 수 있는 시민들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잠깐 되짚어보면 그냥 지나칠 일도 아니다. 버스기사들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피곤의 연속이다.

보통 종점을 출발해 2~3시간 동안 운행하면서 많은 시민들을 태우게 된다. 한가한 시간대는 여유가 있겠지만 출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밀리는 차량 홍수 속에서 제시간에 정류장 도착도 쉽지 않다. 그렇게 승객안전을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직종이다. 승객들의 민원도 많아 스트레스도 많다고 한다. 안전운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 승객을 위한 마스크 판매까지 떠안기면 어쩌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버스가 동네 슈퍼도 아닌데 말이다.

마스크 판매가 주로 출퇴근 시간에 이뤄진다고 할 때 버스기사의 마스크 판매는 안전도 위협할 수 있지만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시간도 지체돼 승객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더구나 현금이 없는 승객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이래저래 운전기사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 인천시가 뒤늦게 버스 내에 승객이 자율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무인판매대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버스기사의 도움을 받게 돼 있어 이번 사업은 안 하니만 못할 것 같다.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장단점은 물론 실행 가능성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 자칫 탁상행정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이 꼭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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