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20대 국회의원들의 활동도 마감됐다. 5번의 국회의원, 2번의 시장을 지냈던 부천을 대표하는 정치인, 원혜영 전 의원의 정치행보도 여기서 마무리됐다. 이번 총선에 출마했더라면 원내 최다선 의원이자, 그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존경의 대상이 돼왔던 인물임을 감안하면 국회의장 후보 1순위가 됐을 수도 있던 원 의원은 자발적 은퇴를 통해 후진에 자리를 내주는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원 의원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내려놓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원래 원 의원은 내려놓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다. 원 의원은 선친과 함께 일궈 낸 굴지의 식품기업을 민주화운동에 뛰어들고자 전부 장학재단에 내놓는가 하면 의정활동 중에서도 국회의원 기부문화의 맨 앞에 서왔다.

지난 3월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가장 먼저 본인 몫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시만 하더라도 선별이냐 보편 지급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던 시점 중 선제적으로 전면 지급을 결정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적 부담도 덜어줬다. 

그렇게 30년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정리한 원 의원이 또 내려놓는 길을 걷겠단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독사, 존엄사 문제, 연명치료 등이 사회문제로 커져가고 있는 시점에 삶을 편안히 내려놓는 웰다잉 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인생의 막판에 개인 스스로가 죽음을 준비하는 한편, 가진 것을 어떻게 내려놓을 지에 대해서도 자발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웰다잉 문화를 일궈나가는 봉사자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비(非)정치인으로서도 ‘내려놓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길을 걷겠다는 것이 참 그다운 결정이다. 2014년 지방선거 직전에 당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수원의 한 대포집에서 김진표 의원, 손학규 전 당대표 등과 소탈하게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내려놓는 일의 미덕을 알게 해 준 그에게 막걸리 한잔 대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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