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이 죽은 날 밤, ‘하늘과 땅이 슬픔에 잠긴 듯 달도 빛을 잃었다(是夜天愁地慘 月色無光)라고 「삼국지」는 기록하고 있다. 그의 죽음이 지닌 의미를 보다 극명하게 보여주려는 이유일 것이다. 

유비 사후, 제갈량은 어리석은 군주와 용렬한 조정대신이 설치는 촉한을 추스르면서 북벌에 나섰으나 끝내 사마의의 견수자중(堅守自重)이라는 전략 앞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병사했다. 그때가 54세. 가을 바람 불어오는 음력 8월 말 오장원에서였다.   

이때 제갈량은 제단을 쌓고 본명등(本命燈)과 49개의 작은 등잔불을 밝히고 인간 수명을 주관하는 북두에게 수명을 1기(紀·12년)만 연장해 달라며 기도를 올렸다. 7일만 불이 꺼지지 않으면 되는데 엿새째 되는 날 위군이 위협을 가해오자 위연이 급히 알리러 막사에 뛰어들다가 작은 등잔 하나를 짓밟고 말았다. 

그때 제갈량이 하늘을 우러르며 "죽고 사는 것이 모두 명이 있으니 기도하여 얻을 수는 없도다(死生有命 不可得而禳也)"라고 탄식했던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은 순리가 우선이고, 일시 역행한다 할지라도 때는 때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되새겨볼 대목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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