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종말과 포스트 유니버시티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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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종말과 포스트 유니버시티의 도래
정연재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6.0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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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재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정연재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지금부터 30년 후에는 거대한 캠퍼스가 유적지가 될 것이다. 대학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처음으로 인쇄된 책을 가졌을 때와 같은 엄청난 변화다." 

피터 드러커(P. Drucker)가 1997년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통적 대학 캠퍼스를 해체시키는 거대한 폭풍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드러커의 예견을 눈앞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대학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증명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통적인 교육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교육 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면교육의 핵심이었던 교육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교육을 필수적으로 포함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개방형 교육 자원의 확산과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형 유튜브 대학 출현은 기존에 상식적으로 통용되던 교수학습 방법을 무너뜨리고 실험적 형태의 교육방식을 열어나갈 것이다. 결국 이러한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 대학혁신 과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스탠퍼드대학의 미래 고등교육을 위한 실험(Stanford 2025)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대학의 사명을 재정의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탠퍼드 2025 가운데 개방형 순환대학(Open Loop University)은 학생들의 교육 경험을 자유로운 형태로 열어주는 유연한 교육시스템을 골자로 한다. 

특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4년 동안 정형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해 학위를 취득하는 방식에서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오가는 6년제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 둘째 정형화된 커리큘럼을 6년간 교육의 여정(journey)으로 교체하는 것, 셋째 특정 학문에 관한 지식보다는 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 개방형 순환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동록기간 동안 자유롭게 캠퍼스와 직장을 오고가며 교육 기회를 누리는 것이 가능한데, 학습은 학습자 스스로 필요하다고 인식할 때 캠퍼스를 ‘방문’해 원하는 만큼 이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평생에 걸쳐 6년간의 학습 기회를 제공받고, 학습공동체의 평생회원으로서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실리콘벨리의 인큐베이터로서 현장경험과 학술연구의 유기적 연계 속에서 교육의 시너지를 확보하려는 스탠퍼드의 전략은 위기에 대한 적실한 대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교육과정을 일종의 여행으로 명시한 것도 특징적이다. 선형적이고 순차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라 다차원적인 교육경험으로서,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미션(mission)이 전공(major) 개념을 대체하는 방식 속에서 여행이 지속된다. 이러한 학문적 여정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단계별 접근에서 구체화되는데, 다양한 영역에 걸친 단기 예비 학습을 통해 학생별 관심과 소질을 발굴해내는 교정 단계, 교육적 자문을 통해 학생들이 전공 및 연구 분야를 선정하는 활성화 단계, 심화연구 및 인턴십 등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는 고도화 단계 등으로 구성된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이러한 학제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분석, 정량적 추리, 의사소통 능력 등 광범위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형화된 학사제도와 학습패턴을 넘어서려는 이 같은 시도는 누구나가 학습공동체의 평생회원으로서 생애 전체를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한다는 측면에서 평생교육의 토대로서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고 있다. 

결국 대학 혁신은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시스템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현상황을 미뤄볼 때, 코로나19는 장기전 태세를 갖춘 게릴라처럼 우리 곁에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한마디로 변화를 추동하는 외적 요인은 너무나 강력하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대학은 새로운 교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종의 스타트업이 돼야 할 것이다. 대학의 몰락에 대한 우려를 넘어 대학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만이 교육의 최종 경험으로서 ‘고등교육’의 위상을 확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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