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법사(指導法師)가 아니면 법(法)을 설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지도법사라 하면 대중들의 크고 작은 모임이나 강연에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치(理致), 즉 법에 대한 가르침과 깨우침을 전달하는 스승이다.
왜 지도법사가 아니면 남에게 법을 설하면 안될까.
언뜻 보기에는 바른 법이 있고 거기에 기반해 대중들이 바른 일, 선한 일, 진실된 일에 대해 일상에서 지인들과 편하게 말하고 서로의 교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이는 법(法) 차원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것 같다. 여기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까지 안방에서 손쉽게 전달받을 수 있는데, 습득한 이치를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늘어 놓으면 안 될까.
예를 들어 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지인이나 가족에게 "무릇 생명이란 소멸을 피할 수 없고 빈손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니,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 놓게나"라고 말하면 안 될까.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삿된 지인에게는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낳고 화를 불러올 걸세, 화는 몸의 병으로 나타나거나 믿는 이의 배신과 불화로 이어질 수 있네, 욕망에는 우환이 따르는 법"이라고 법(法)의 경고를 한 번 던져보면 안 될까.
늘 불안하고 초조하며 근심걱정이 태산인 지인에게는 "상대성에 기인한 만물의 원리를 자세히 살피면 전모(全貌)를 볼 수 있네, 우월하고 열등한 것 자체가 본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네, 머리 속에 허상을 붙잡고 뭐하는 건가"라고 말하면 안 될까.
결론은 모두 ‘안 된다’이다.
첫째, 지도법사가 아닌 대중은 법을 머리로 습득했을 뿐 이를 생활에서 갈고 닦지 않아 아는 게 아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아는 척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는 스스로가 청청하지가 않아 법을 말해 놓고 스스로 법을 어기고 지키지 못한다. 남한테는 이렇게 말하고 뒤 돌아서 자신의 행동은 법(法)이 아닌 습(習)대로 움직이는 꼴이다.
셋째, 지도법사와 달리 공력(功力)과 공덕(功德)을 갖추지 못한 대중이 타인에게 법을 설하면 타인이 탄복하며 깨닫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받거나 크게 분노한다.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당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이 아니라 자기 수행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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