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원 파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감
박철원 파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감

국가는 각종 범죄를 형벌로 다스립니다. 신체·재산 등 법이 보호하는 가치를 침해할 경우 상응하게 처벌해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를 ‘응보적 사법’이라 합니다. 

그런데 나를 때린 사람이 같은 반 친구라면? 내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이웃 주민이라면? 공동체에서 계속 마주쳐야 할 사람을 신고했다는 생각에 생활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피해자가 바라는 건 진정 어린 사과나 피해회복인데 정작 국가기관에 의한 형사처벌뿐입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해소하고자 피해 및 관계 회복을 우선에 둔 ‘회복적 사법’이 등장했습니다.

회복적 경찰 활동이란 회복적 사법 이념에 바탕을 둔 경찰 활동입니다. 가해자에게 피해회복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체가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지속적인 관계성을 생각해 단기적인 처벌 대신 장기적인 관계회복 및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지요.

회복적 경찰활동 제도는 작년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4월 20일부터 확대 시행 중입니다. 그간의 성과는 고무적입니다. 회복적 경찰활동 과정을 거친 95건의 사건 중 84건이 조정 성사됐습니다. 참여자의 80% 이상이 결과에 만족했습니다. 건강한 공동체 회복에 기여했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관련인의 동의를 전제로 합니다. 특히,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합니다. 설령 동의하에 진행됐더라도 원치 않을 이유가 생기면 기존 의사를 철회하고 본래의 사법절차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주요 활동은 전문기관이 주관하는 대화모임 갖기입니다. 가·피해자,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피해회복 방안을 고민합니다. 필요시 합의문을 작성하고, 결과를 담당 수사관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절차는 마무리됩니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기존 형사사법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피해가 비교적 경미하고, 가·피해자 사이에 관계성이 있는 등 일정 요건이 충족될 때 진행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경찰에서는 관계회복을 명목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뉴얼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모든 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입니다. 

악의적이고 반성 없는 가해자에 대해선 그에 응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모여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타인을 침해하기도 하고, 또 청소년들은 자기 행동의 의미와 결과를 헤아릴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합니다. 시범운영 결과, 학교폭력은 회복적 경찰활동이 가장 많이 이뤄진 사건유형입니다. 아직 학생이고, 같은 학교에 다닐 경우 관계 회복 필요성이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푸른 소나무같이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한 학교공동체 안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파주경찰서 학교전담경찰이 적극 나서겠습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