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94분 / 스릴러 / 15세 관람가
 
"‘가족’이라는 이름의 맹신적 집단도 작은 균열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주인공 ‘서진(김무열 분)’은 자신이 짓는 어떤 건물이든 ‘집’과 같은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는 건축가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집’과 ‘가족’에 대한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25년 전 놀이공원에서 동생 ‘유진(송지효)’을 잃어버렸고, 반년 전에는 뺑소니 사고로 아내까지 잃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서진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잃어버린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서진은 자신이 동생이라 말하는 유진을 만난다. 25년 만에 집에 돌아온 유진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금세 가족에 녹아든다. 딸 ‘예나(박민하)’의 마음마저 사로잡아 죽은 아내의 빈자리를 채운다.

하지만 유진을 바라보는 서진의 마음은 조금 이상하다. 모두가 꿈꾸던 완전한 가정이 완성됐지만 서진은 자신의 입지가 좁아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유진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되며 유진에 대한 서진의 공포도 커져만 간다.

영화 ‘침입자’는 소설 「아몬드」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들어선 손원평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손 감독은 일상적인 공간과 관계의 균열에서 오는 묘한 이질감을 섬세한 감정 묘사로 그려 냈다. 가장 안정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관계로 평가받는 ‘가족’이란 집단의 보편적인 성격을 역설적으로 비틀었다.

배우들의 열연도 빛났다. 예능에서 벗어나 유진으로 변신한 송지효는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킬 정도로 강렬한 연기력을 뽐낸다. 대중이 알던 밝고 쾌활한 얼굴이 아닌, 차가운 미소가 효과적으로 교차되며 영화의 온도를 적절히 올리고 낮춘다. 

영화 ‘침입자’는 4일 개봉한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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