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회 회장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회 회장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병원을 가기 위해 인천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시청 뒷문을 이용하거나 시청 뒤쪽 길을 걷게 되는데, 지난 2월부터 시청 뒷문을 통해 정문을 가기전에 유독 많은 어르신들을 만난다. 적어도 60세 이상 70~80세가 넘는 노인들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몇분은 등산용 깔판자리에 앉거나 비쭉 나온 돌모서리에 앉기도 한다. 처음엔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불편한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면서 모인 이유가 궁금해 묻고는 가슴이 답답했다. 아직도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모여 삶의 터전을 지키고 먹고 살기 위해 집회를 해야 사는 세상인가 하고…. 지금 어르신들이 먹고 살기 위해 나선 치열한 싸움을 보면서 정치세력에 ‘정말 시민에게, 시민을 위한, 한 사람의 시민에게도 삶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지’ 묻고 싶었다. 

인천의 상권 발달은 경인선을 따라 기차역마다 상권이 형성됐다. 하지만 원도심과 신도시의 교통, 물류, 인력이 연결 없는 독립적인 인구분산 정책으로 원도심의 많은 젊은이가 신도시로 가버리고 더욱이 도시 정비 사업에 중앙 정부와 교감 부족으로 원도심 발전을 위한 도시 정비 면적은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로 재래시장 상권은 가장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런대로 인천 원도심 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전국 최대 점포를 갖고 있는 지하도상가로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점포주들의 투자로 시가 관리하면서 죽어버린 제물포·배다리 지하상가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인천 대표 상권 역할을 했다. 지하도상가는 다른 재래 시장과 다르게 임차인들이 사업비, 운영관리비, 그리고 리모델링 사업비를 투자해 특색 있는 인천만의 상권을 형성했다. 

전통 재래시장은 지자체가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노후 시설 정비, 주변지역에 주차장 확보를 하며 문화관광 시장으로 탈바꿈하려고 했으나, 원도심 대부분 재래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하도상가는 대부분이 3.3㎡가 조금 넘는 좁은 공간에서 점포주들이 소비자 취향에 따라 특색 있게 상품을 진열·판매하고 있으며, 더욱이 횡단보도 표시 등 많은 규제를 무릅쓰고 활성화에 노력해 이젠 인천만의 상권지역으로 외국인도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하지만 지금도 지하도상가에 대해 시정부는 시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 분권에서 벗어나 전형적인 조례로 개정, 지하도상가 상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앞으로 저출산으로 인해 소비시장은 더욱 나빠질 것이고, 더욱이 온라인 시장 확대 추세에 대규모 점포, 복합 쇼핑몰, 대형마트와 전문 할인점 등이 지역에 스며들 때, 그나마 지하상가 점포주들의 눈물겨운 상권 유지를 위한 노력에도 지하도상가의 재위탁과 전매, 양도·양수 금지와 조례 개정으로 추후 시가 시가에 따른 보상이나, 조례안 원안을 힘으로 개정해 일괄 몰수·재입찰 분양한다면 인천만의 특색 있는 지하도상가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3.3㎡ 조금 넘는 지하에서 장사를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자다가도 깨어 잠들 수 없고, 생각하면 울화병에 도저히 제대로 살수 없다는 어른신들이 편하게 살도록 해줄 수는 없는지 안타까워 가슴이 답답하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일에 왜 자꾸 나서고, 그러지 않아도 힘든 시장을 왜곡해 찾아오는 소비자도 힘들게 하는지…" 시청 입구에서 ‘죽을 수는 있어도 빼앗길 수는 없다’는 피켓을 들며 1인 시위하는 소복한 어르신을 보면서 정말 어르신을 위한 복지 국가인지 묻고 싶다. 많은 어르신들이 울화병으로 제명에 살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돌아가셔야 조례안이 원위치가 될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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