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으르기 위해 부지런하다
황광일 / 북레시피 / 1만5천 원

매년 겨울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발표 시기가 되면 만점자들의 인터뷰가 어김없이 뉴스를 타곤 했다. 그들은 대부분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교육방송 위주의 공부에 충실했다’는 교과서적인 멘트를 던졌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이러한 인터뷰 내용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타고난 머리가 아주 좋거나 거짓말이거나.

대한민국 학원의 성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9년 동안 중고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황광일. 

황 강사는 말한다. 사실은 그들이 정말 제대로 된 공부를 한 것이라고. 그는 학원이나 교과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쓸데없는 것 말고 진짜 필요한 공부를 콕콕 집어내 열심히 했다고 말한다. 남들이 잘못된 방법과 잘못된 방향으로 헛다리를 짚고 있을 때 묵묵히 정도(正道)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남들보다 쉽게 앞서 갈 수 있다고 말이다.

황 강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보편적으로 정형화돼 있는 공부 비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는 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은 학창시절 남들보다 공부하는 시간은 절반 이하였고 효율성은 두 배 이상을 거뒀다고 말한다. 과제는 바로 해결해 시간과 노력을 줄였으며, 학교 수업에 충실해 시험 대비와 실전 전략을 잘 세웠다. 이로 인해 짧은 기간에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공부법은 게으름에서 비롯됐다고 황 강사는 말한다. 공부를 힘들게 하기 싫었던 게으름으로부터 효율성, 즉 잔머리와 꼼수에서 파생됐다는 것이다. 더 게으르기 위해 최소한만 부지런했고, 그 조금의 부지런 덕분에 많이 게으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왜 이런 고민을 하고 효율을 따져야 하느냐고 독자들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황 강사는 공부 효율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좀 더 쉽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힘을 아끼고 중요 포인트에 모든 힘을 집중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설명한다. 

황광일 강사는 공부가 하기 싫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부여부터 해 준다. 이와 함께 자신의 강점을 찾는 법, 최소한의 부지런함이 필요한 이유, 무작정 공부가 아닌 효율을 높이는 공부법 등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황광일 강사의 공부에 대한 근본적 방법들은 「나는 게으르기 위해 부지런하다」에 모두 들어있다.  

케어: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 시공사 / 1만7천 원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10년 동안 헌신적으로 간병한 남편의 내밀한 기록이자 의료전문가로서 현대 의학의 한계와 이 시대 돌봄의 의미를 묻는 사회적인 책이다. 

오랜 시간 돌봄의 가치를 강조해 온 의학자 아서 클라인먼은 아내의 조발성 알츠하이머 진단을 계기로 가정 간병을 시작하며 ‘돌봄’을 현실로 마주하게 된다. 

보호자로서는 매우 드물게 의료지식과 인적 네트워크, 경제력을 갖춘 저자조차도 의료진에게서 느끼는 소외, 끝이 보이지 않는 검사와 대기, 매일 같이 찾아오는 불안과 무력감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아내를 존엄한 인간으로 돌보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은 누군가를 끝까지 지키는 일의 숭고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실험실의 쥐:왜 일할수록 우리는 힘들어지는가 
댄 라이언스 / 프런티어 / 1만6천800원

기업의 이윤이 급증하고 더 편리하고 잘사는 사회가 돼 갈수록 왜 이 모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점점 더 불행해지는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과 직장을 싫어하게 됐을까? 풍요와는 거리가 먼 적은 돈을 벌면서도 끊임없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심지어 건강상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이 책은 새로운 경영 방식과 기술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도구들로 변모해 왔는지를 파헤치는 현실보고서이자 결코 실리콘밸리만의 문제가 아닌 이 시대의 노동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사회 비평서다. IT 전문 기자 출신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이 몸담았던 스타트업 체험기를 소재로 한 「천재들의 대참사」를 통해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 세계의 허와 실을 날카롭게 풍자해 호평을 받았던 저자 댄 라이언스가 ‘어떻게 실리콘밸리는 우리가 일하는 직장을 비참한 곳으로 만들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 책을 펴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이름난 경영자들이 도입한 방침들이 어떻게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인식을 교묘하게 바꿔 왔는지, 어떻게 노동자들을 더 가난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예리하고 통찰력 있게 고찰하며 기업 이윤과 직원 행복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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