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공돈이 생기니까, 고기 좀 제대로 한번 먹자." 

최근 중학교 동창과 통화 중에 서로 안부를 묻다가 고기 한번 먹자는 제안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하는 말이겠지 했는데, 다음 날 카톡으로 날짜 2개를 주면서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동창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거의 5년 만에 본 친구들이었지만 낯설움은 없었다. 

먼저 친구가 밥을 먹자고 제안한 것이 고마워, 돈은 내가 냈다. 호기롭게 신용카드를 내밀었고, 단말기에서 카드가 나오고 5초 뒤 휴대전화로 문자 한 통이 들어왔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금액 11만 원’ 이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굳이 지원금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은 못했지만, 결제가 가능한 식당이었던 것이다.

친구 녀석이 그 모습을 보고 사실은 자신도 재난지원금으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볼 요량으로 먼저 약속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 됐든 긴급재난금으로 착한 소비도 하고 오랜만에 우정도 확인했다.

이처럼 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기부양책으로 나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 

앞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지난달 4일부터 시작해 5주차에 접어들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일까지 29일간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가구가 2천141만 가구, 지급 액수는 총 13조4천8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급 대상 전체 2천171만가구 가운데 98.6%가 지원금을 받았다. 총예산 14조2천448억 원 중에서는 94.6%가 지급 완료됐다.

사실상 거의 전 국민이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지원금에 대해서는 자칭 타칭  말이 많다. ‘포퓰리즘이다’, ‘세금으로 생색내기다’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마도 이는 일시적으로 경제살리기 심폐소생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 곧 긴급재난지원금을 다 쓰고, 경기부양효과도 일회성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막연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보다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할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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