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21대 총선 결과를 보며 지난 6·13 지방선거 때를 떠올렸다. 그때 나는 개표방송을 보고 나서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엄습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135명, 총의석수의 95%였다. 야당 없는 여당, 게다가 집행부도 여당이다. 의회가 과연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내가 의장에 출마하면서 ‘의회다운 의회’를 표방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신뢰를 먹고 산다. 그런데 지방의원의 현실은 고군분투해야 한다. 조례, 정책, 예결산, 행정사무감사, 지역민원까지 제 아무리 뛰어난 멀티플레이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의정활동이다. 

그래서 나는 도의원 전체의 공약을 집대성해 ‘정책공약’으로 풀어내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도의회가 거대 여당이지만 스스로 야당 역할을 약속했다. 소수당 7명의 목소리를 70명, 700명의 목소리로 여기며 존중하고 함께했다.

상임위 배정도 소수당을 우선했다. 또한 집행부가 같은 당이라도 매사 무조건 수용하지 않았다. 제대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힘썼다.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 도입은 ‘속도’가 중요한 만큼 신속하게 정책 수립에 함께했다. 그 결과 경기도 지역화폐를 통한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흔들림 없이 기본과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서도 여당은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주려는 국민의 뜻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코로나19 대처에서 빛났던 지방의 다양성과 자율성 창의성을 기억해야 한다. 지방자치 현장은 국민의 뜻이 살아 숨 쉬는 심장이다.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폐기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아쉬움이 크다. 21대 국회에서 이러한 민심을 살피고 지방분권에 힘쓸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욱이 경기도의회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거 입성했다.

30여 년 제자리걸음인 지방자치법이 진일보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21대 국회의 역할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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