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병한 이후 약 5개월의 시간 동안 우리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푸른 나뭇잎과 화사한 꽃처럼 약동으로 시작해야 할 봄은 겨울방학부터 이어진 지루한 격리와 고립으로 점철됐다.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운동장도, 선생님과 함께 공부해야 할 교실도 없이 컴퓨터 화면에 갇힌 아이들이 땅속에서 움트지 못하고 갇힌 새싹처럼 안타깝기만 한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8회를 맞는 수원화성 그리기대회도 현장에서 진행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 공모전 형태로 바뀌었다. 학교를 통한 홍보도 이뤄지기 힘들어 중고등부의 참여율이 저조해진 것이 아쉬웠으나, 거리적으로 참가하기 어려웠던 경기지역 외 학생들의 참여가 늘어 전국 대회로서의 위상을 넓혔다는 것은 이번 대회의 뜻밖의 성과였다. 또한 일상의 무료함에서 우리 친구들이 그리기에 열중할 수 있는 작은 돌파구로 지루한 시간을 덜어준 것만으로도 뜻깊은 대회였다는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번 참가작들은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지난 대회 작품들에 가득했던 봄과 아이들 특유의 생기발랄함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하고 생동감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어린이답지 않게 구성이 치밀하고 선과 색의 알찬 그림들이 많아지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다듬은 노력들이 빛나는 밀도 있는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화성이라는 성의 방어적 개념을 코로나19와 대적해 마스크를 쓰고 싸우는 작품들 같은 사회적 상황이 만들어 낸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많은 작품들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학생은 화성에 대한 깊은 관찰과 사색으로 묵직한 감동을 안기며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사로잡았으며,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학생의 작품은 화성 성곽의 유려한 선의 흐름을 작가만의 구도로 맑고 투명한 색감을 이용해 아름답게 표현한 수작이라는 데 이견 없이 선정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도 늘 기적처럼 봄은 찾아오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영화 주인공의 저력은 세밀한 관찰력과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림이라는 것은 관찰과 상상의 표현이라는 것에 그 궤를 같이하며, 많은 작품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관찰 능력과 상상 능력이 기대보다 웃자란 모습을 보며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 능력을 꾸준히 키워 미래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장안공원에서 이어지는 화성의 서쪽문인 화서문은 한국전쟁도 버텨 내며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화서문은 서북공심돈과 연결되고, 앞으로는 반월형 옹성을 설치해 방어와 공격에 더욱 용이한 구조를 특징으로 멋진 풍경을 사철 보여 주고 있다. 많은 아이들의 그림에서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는 성벽을 떠올릴 때 생각날 이미지가 화서문처럼 아름답고 공고한 바로 그 모습이 아닐까?

<김난주 인천학원연합회 자문위원/아신아동미술교육연구회 회장/ 서부예술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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