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산업 발전은 인간에겐 편리한 삶을 선물하지만 반대로 환경에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킨다. 악취 그리고 미세먼지에 따른 대기오염이 대표적이다. 이는 결국 쌓이고 쌓여 지구온난화와 비정상적인 가뭄, 폭설, 한파 등 이상기후로 이어진다. 물론 환경의 가치를 찾기 위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환경과 미래 산업의 공생과 함께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 단속이 병행되면서 해소된 부분 또한 많다. 하지만 시급히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업종도 아직 상당수다. 도로 포장에 쓰이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즉, 아스콘이 대표적이다. 

우리 서구에는 공장이 많다. 자연스레 유해시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아스콘 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안타까운 점은 그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거다. 인천에서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아스콘 업체 18곳 중 무려 17곳이 서구에 있다. 아스콘은 1급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 포름알데히드, 벤젠을 내뿜는 대기오염 주범이다. 서구가 직면한 환경문제 중 가장 골치 아픈 업종이 아스콘인 이유다. 

지난 2년간 ‘클린 서구’를 외치며 각종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가운데 때마침 관내 아스콘 업체 한 곳이 국내 순수 기술로 ‘아스콘 친환경 설비’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에 업체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서구는 조속한 실용화를 돕는다는 내용을 담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최초로 아스콘 친환경 설비와 관련해 민관이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딱 적절해 반가움이 더 크다. 환경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벤조(a)피렌 등 8종의 특정 대기 유해 물질 배출허용 기준을 신설하며 강력한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구는 해당 업체와 대기 오염물질 저감기술 공동 연구 개발에 본격 돌입한다. 

먼저 지난해 7억 원을 들여 장만한 대기 오염물질 측정차량을 적극 활용한다. 지정악취물질 22종 등 1천600여 종의 화학물질을 실시간 분석하는 차량이다. 시료 분석 및 결과 자료를 무상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전문 인력까지 제공한다. 동일 검사를 사설업체에 의뢰할 경우 검사 기간만 한 달이 넘게 걸리고 비용도 수백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 측정차량을 이용하면 5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는 데다 비용 부담도 없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관내 영세사업장에 무상으로 지원하며 발생한 수익 일부는 기부 등을 통해 사회 환원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민에도 관에도 여러모로 이득이 아닐 수 없다. 

이뿐 아니다. 업계 얘기를 빌리자면 세계적인 아스콘 업체가 위치한 독일의 경우 한 업체당 방지시설 비용이 2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도 미국도 10억여 원 이상을 들인다. 반면 아스콘 친환경 설비 기술을 개발한 이 인천 서구 업체는 해당 금액을 절반가량 낮췄다. 기술력으로 비용 절감을 이뤄낸 것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좋은 사례로 타 업체에도 빠른 시일 내 적용해 나가려고 한다. 여러 가지 여건상 도심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아스콘 업체는 오래 전부터 환경 민원의 온상이었다. 

서구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산단 조성 시 미분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업종 제한을 풀면서 11곳이나 몰리게 된 검단 산단이 심각했다. 악취와 미세먼지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주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왔다. 이전까지 심각하게 고려했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관내 업체가 어려운 기술 관문을 뚫은 데다 환경 분야에서 만큼은 선제적인 행정력을 갖춘 서구의 지원이 더해져 해결책을 찾게 됐다. 

지난 5일은 ‘제25회 환경의날’이었다. 이번 아스콘 친환경 설비 민관 공동 연구개발이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그동안 ‘클린 서구’를 위해 주력해온 ‘4無(악취, 미세먼지, 쓰레기, 화학도시) 도시 달성’, ‘IoT(사물인터넷) 기반 악취&미세먼지 통합관제센터 개소’, ‘친환경청소차량 17대 증가’ 등이 힘을 보탠다. 덕분에 악취 민원은 25%, 사업장 미세먼지 배출량은 13% 감소라는 성과도 얻었다. 결국 하나 된 실천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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