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2~4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23조7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전반기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았지만, 후반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다중채무가 급증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증가액은 51조7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국민과 접점에 있는 자영업부터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었고, 이후 자금시장이 경색되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대출이 늘어났다고 한다. 정부의 재정 집행도 국채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예정대로 3차 추경이 집행될 경우 올해에만 111조4천억 원의 국가채무가 증가하면서 국민 1인당 215만 원씩 빚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발 경제난을 경제주체(가계·기업·정부) 모두가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가 되살아나고 다시 갚을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의 경제 체력, 정책 기조, 국민 정서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빚이 늘어나는 건 보통 두 가지 경우다. 우선 벌이가 좋아질 때다. ‘소득이 늘며 소비가, 판매나 이윤이 늘며 투자가, 세수가 늘며 복지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빚이 함께 늘어나는 경우다. 이렇게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 씀씀이가 커지는 건 괜찮다. 내수진작과 경기 활성화는 물론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반대다. 벌이가 안 좋아져 ‘생계(생존)를 위해,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늘리는 형국이다. 2~4월에 만기연장 또는 상환유예 조치를 받은 대출만 16만9천 건(34조9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지금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부채의 구조조정 및 합리화’ 작업이다. 지난해 GDP 대비 가계부채는 83.3%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수위(80%)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가계 부실화와 파산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기업부채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좀비기업까지 연명하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이 병행되지 않으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국가부채도 (IMF의 정부 재정통계 매뉴얼에 따른 부채 개념으로) GDP의 100%를 넘어섰다고 한다. 재정건전성 문제 역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국가적 차원의 당면과제인 것이다. 빚에 취해 현실의 엄중함을 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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