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여섯째, 바람이다. 몽골의 별칭이 바람의 나라이다. 인천 바닷가에 가면 바람이 세다. 이것은 바다 수면 위를 바람이 거침없이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즉, 저항이 없다는 것이다. 몽골 초원에는 바람이 세다.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을 위해 다시 찾은 9월의 현장, 초원 위로 끝없이 강한 바람이 불었다. 기특하게도 죽지 않고 잎을 달고 있는 어린 나무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넓은 땅에서 바람을 막아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어린 나무가 성장하는 몇 년간 함께 버텨줄 지주목(현장에서 추천한 쇠꼬챙이)을 묘목과 함께 심어줘야 한다. 쇠꼬챙이 숫자가 가히 엄청날 것이다.

일곱째, 사업대상지 선정이다. 새로운 사업대상지 선정을 위해 여러 곳을 답사했다. 앞에서 적었듯이 일정한 성과를 먼저 내고 이를 교두보로 삼아야 했기에 나무를 심었을 때 가장 유리한 지역을 선정하려고 했다. 그래서 울란바토르시와 협의한 곳이 현재 사용하는 사업장 아래에 있는 하천변이었다. 말이 하천변이지 큰 계곡의 중심부에 물이 흐른 흔적이 있는 곳 옆에 대상지를 잡았다. 그곳은 지하수위가 높아 나무에 줄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을 듯했고 평편해 일하기도 편할 듯했다. 그런데 맘에 걸렸던 것은 그곳에 유목민의 게르(이동식 집) 한 동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목민들이 그렇듯이 붙박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이동하는 것이라 애써 무시했다. 현지 사업자(현지 교민)가 사업을 위해 컨테이너랑 각종 자재를 옮겨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다수의 건장한 지역 주민들이 나타나 작업을 막았다고 한다. 울란바토르 시청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소용이 없었고 철수하라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초원은 누구나 함께 이용하는 그들의 삶터였던 것이다. 그래서 부득이 주민들이 동의가 가능한 산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대상지까지 전기를 끌어와 불을 밝히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고 현장에서 작업할 현지 인부를 구하고,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다. 현지에서 사업을 도와주고 있는 교민의 과묵한 성격이 감사할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은 몽골에서 숲을 조성하는 일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해 힘이 든다. 순수하게 기금을 모아서 현지에 보내면 잘 되겠지라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분도 있다. 아니면 한국에서 60~70년대 성공한 사례를 그냥 이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현지에서 본 것은 거대한 벽이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가진 모든 기술을 투입하고 여기에 더해 현장이 갖는 다양한 환경 조건을 분석해 제2의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성공모델은 한반도에서 성공한 모델과 전혀 다른 모델이고 우리가 도전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일지 모른다.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각종 단체, 기업, 지자체별로 진행되고 있는 개별 사업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면서 서로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푸른 초원, 말들이 달리고 양들이 풀을 뜯는 몽골에 사막이 늘어나고 황사바람이 불고 있다. 몽골이라는 개별 국가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 섰다. 이웃한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꿈을 품은 이들의 감성적인 접근에 이어, 기술적으로, 행정적으로 하나, 둘 실적을 쌓아 가는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 인천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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