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이미영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최근 중학교 저학년 남학생이 소위 ‘n번방 사건’을 모방한 범죄행위를 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하지 못하고 온라인 원격수업을 시작한 이후 발생한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 사안을 접하고 담당 책임자로서 실로 참담하고 당혹스러웠다. 더욱이 그 학생이 이미 비슷한 다른 범죄에도 연루돼 있다는 경찰의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동창 여학생을 상대로 저지른 일로 피해 여학생은 상대가 누구인지 경찰이 한 달 이상 IP 추적 수사로 밝혀냈을 때까지 전혀 몰랐으며 n번 방의 ‘악랄한 성인’으로만 생각하고 공포에 떨다 그 범인이 초등학교 시절 친구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경악해야 했다. 처음에는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다운 대화로 시작해 여학생의 신체 사진을 입수하고 나서부터는 야수로 돌변하는 수법이 성인 사건의 판박이다. 학부모의 신속한 신고로 피해자의 ‘학습된 무기력 상태’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미디어기기를 유아기부터 접하며 자라는 청소년들이 자기도 모르게 돌이킬 수 없는 범죄의 세계로 빠져드는 위험한 현 세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안의 경우 가해 학생은 가해 학생대로 평생 ‘성범죄자’라는 주홍글씨에 삶을 제한받아야 하고 피해 학생은 피해 학생대로 평생 정신적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삶이 계속될 위험이 다분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근본적인 대책은 유아기부터 미디어 시청을 제한하고 올바른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에 의하면 전두엽 두뇌 형성이 가장 왕성한 3살 이하의 유아기에는 미디어기기를 보면 안 되고 오직 엄마와의 교감만이 정서와 두뇌발달에 좋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은 1살 유아기부터 미디어기기를 접하고 스스로 작동을 잘하면 ‘영리한 아이’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기 성교육은 여학생의 경우는 어렸을 적부터 성적 자기 결정권을 확실하게 지키는 연습을 시켜줘야겠고 남학생은 세심한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교육이 필요하다.

여학생은 보통의 다른 일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성 사안에 있어서는 분명한 거절 표현에 익숙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자신의 의사에 반한 성적 접촉에 초기부터 단호히 거절하는 표현 능력을 길러줘야겠고, 남학생에게는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이 절실하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남, 여가 신체적, 정신적, 경험 문화적으로 다른 면을 이해하고 남, 여 불평등을 고쳐가려는 노력, 그런 감각(sense)을 말한다. 2018년 me too 운동 시작 이후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을 성 사안의 중요한 심리기준으로 삼고 있다. 성 사안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이 남, 여 간의 성적 접촉 시 여성이 단호하고 분명한 거절을 못하고 침묵이나 망설일 때 남성들은 이를 yes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는 원하지 않는 남성의 접근과 시도에 대해 여성은 창피하고 당황스러워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순간이지 결코 OK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남성들은 상대 여성이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착각해 대개가 더 적극적이고 강하게 심지어는 약간의 무모한 행동까지 시도하는 것을 소위 ‘남자다움’으로 생각한다. 아직도 가부장적 가정이나 낡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의 ‘남자다움’이란 것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을 바꿔야 한다.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 라든가 남자는 무조건 여성에게 지면 안 된다는 잘못된 생각들이 ‘남성은 그럴 수도 있다’ 는 위험하고 비문명적 생각을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몸에 칼을 차고 힘자랑하며 기사도 정신을 외치던 봉건중세가 아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즉시 중단하고 사과하는 것을  부모들이 가정에서부터 먼저 실천하고 교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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