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나고 있다. 처음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서 우리나라에서 감염자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전 세계에 걸쳐 창궐하는 글로벌 전염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초 진원지인 중국은 진정 국면에 있고 오히려 유럽을 거쳐 지금은 미국 그리고 남미가 새로이 진원지가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세상이 코로나 이전(BC)과 코로나 이후(AC)로 나눠진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를 세계 3차 대전으로 비유하며 미중 간의 신냉전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 더욱 바뀌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교육, 비즈니스, 일반 사회생활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디지털과 ITC 기술에 의한 비대면 비접촉 생활 방식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국제화와 글로벌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맹신과 신화가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제2, 제3의 코로나가 발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품과 서비스, 자본 그리고 노동이 국경을 넘어 무한정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지금까지와 같은 경제사회 모델은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중세 성곽시대로의 회귀를 점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셋째, 이번 사태 근원이 결국 인류의 무한정한 자연 수탈과 환경오염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결국 문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넷째, 코로나가 창궐하는 나라들을 보면 공통된 것이 반자유주의 포퓰리스트 독재정권이라는 점이다. 당초에는 중국의 시진핑 정권의 공산당 독재 문제가 비판 대상이 됐지만 지금은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푸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등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공통점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코로나 위험성을 간과하고 국민들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베도 올림픽 개최 연기를 두려워해 초기 대응을 부실하게 함으로써 결국 코로나 창궐을 막지도 못하고 올림픽도 연기돼 지지율 급락을 가져온 경우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전문가들의 의견을 비교적 잘 수용해 대처를 잘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총선에서 압승을 가져온 성공적인 경우로 뽑힌다. 코로나 대처를 한국과 중국이 비교적 잘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두 나라 모두 이미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에 고역을 겪어 왔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도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그동안 두 나라 사람들은 이미 벌써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돼 있었다. 처음에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미국이나 유럽의 방역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고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나라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방역 지침이 바뀌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그만큼 공급량도 충분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고 공급량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재택근무나 모임과 회의 자제 등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집에서 방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코로나 이후 우리 모두의 삶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학기 전체를 비대면 수업으로 하면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온라인 디지털 수업을 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니 만큼 강의록도 훨씬 이해하기 쉽도록 만드는 작업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동안 미뤄 뒀던 관련 공부도 많이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코로나가 준 교훈은 적지 않은 것 같다. 이 세상은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초불확실성(The Age of Hyper-Uncertainty)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놀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제 상식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이 오늘 더 이상 상식이 아니며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나누고 판정하는 확실한 기준은 없게 됐다. 미세먼지가 코로나 대처에 도움을 주고 코로나 때문에 미세먼지가 줄고 있으니 이 세상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우리 모두 자만과 욕심을 버리고 겸손해져야 할 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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