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란 무엇인가
스티븐 스미스 / 리시올 / 1만3천 원

"세금을 걷는 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과 같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상 콜베르의 유명한 금언이 코로나19 광풍 속에서 다시금 회자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 기본소득이 국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세금 논란도 한창이다. 결국 증세는 불가피하지만 세금을 어떻게, 얼마나, 누구에게 부과해서 누구에게 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세금은 현대 국가를 운용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공공서비스 및 부의 재분배 정책을 시행키 위한 모든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 복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조세 수입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 비해 우리가 세금에 관해 알고 있는 바는 매우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세금이란 무엇인가」는 세금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뿐 아니라 시민들이 세금의 작동 및 조세정책과 결부된 이슈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옥스퍼드대학출판부의 ‘아주 짤막한 소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안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적절히 배합하고 있다. 

 저자 스티븐 스미스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경제학 교수는 조세의 역할 및 다양한 세금의 본질과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면 조세에 대한 공적 결정들도 보다 잘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금이 경제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정 세금을 신설하거나 폐지하고자 할 때 어떤 리스크와 반발이 생길 수 있는지, 세금을 효율적으로 징수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등 민주시민이라면 알아둬야 할 세금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해 준다. 

 일종의 ‘시민 교양서’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려해야 할 세금의 여러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은 공적 결정을 내리는 데도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인 센스: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 웨일북 / 1만8천500원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비행기는 인간이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수단으로, 전쟁에서는 승패를 가르는 무기로, 그리고 일상 밖을 누비는 낭만으로 변화했다. 한 세기를 건너온 비행사에는 많은 사건과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100여 년의 비행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 김동현 수석기장은 1세대 에어라인 조종사들과 비행을 시작하며 온갖 항공사건의 뒷이야기를 접했다. 그리고 수만 시간의 운항과 항공당국의 공식 사고조사보고서를 통해 세상에 미처 알려지지 않은 비행을 탐구했다. 그런 그가 오랜 시간 눌러쓴 묵직한 글과 수백 장의 생생한 사진을 엮어 재미 그 이상의 경이로움으로 비행을 이야기한다. 

 ‘하이재킹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공중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는 무엇일까?’ 같은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사건부터 ‘순항고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을까?’, ‘비행기가 공중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보잉과 에어버스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라는 비행 속 역사와 과학까지, 비행과 관련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이 책에 수록했다. 

 이 책에 나열되는 비행기는 더 이상 이동수단이라는 한계에 속하지 않는다. 일리 있는 비행의 발전과 한 인간의 철학이 깃든 비행기까지, 비행사의 변곡점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공중의 궤적을 펼쳐보게 된다. 아무도 알려 준 적 없었던 이야기가 현직 수석기장에 의해 명료하게 밝혀지면서 쉽게 지나쳤던 일반 상식의 단단한 경계까지 의심하게 될 것이다. 

절멸의 인류사: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나 이사오 / 부키 / 1만4천800원

 ‘약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인류가 지난한 진화를 거치며 만물의 영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핵심적인 논의로 작용한다. 

 강한 완력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었던 인류의 조상은 어떻게 700만 년이라는 시간을 견뎌 살아남았을까? 왜 인류는 불편하고 생존에 불리한 특징들은 발전시키고 후대에 물려주었을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일본의 저명한 분자고생물학자인 사라시나 이사오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기존의 학설을 새롭게 해석하고, 최신의 고고학 성과와 실시간으로 수정되고 있는 학문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우리가 진화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와 의문, 인류가 만들어 온 역사에 영향을 끼친 필연과 우연의 순간들, 고고학과 관련된 기초 개념과 재밌는 에피소드 등이 한데 어우러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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