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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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소설가
  • 기호일보
  • 승인 2020.06.1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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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성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신효성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일면식 하나 없는 인천이었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다정한 수취인이 돼 준 인연들이 꽤 있다. 문학을 함께 하는 여류 문우들은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로 내 삶의 소중한 인연들이다. 세월이 쌓여서 속내를 보일 만큼 편하다. 살아가는 정서가 비슷해 끌리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이 아이들 독서지도와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알게 된 엄마들이다. 아이들이 졸업을 한 지 꽤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독서당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지만 교사와 학부모 사이가 아닌, 인간적인 교감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내 삶에 가치를 더해 주는 귀한 사람들이다. 

이준이 엄마 은희 씨는 새록새록 고맙다. 쉽게 털어 놓지 못할 가슴앓이까지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그녀가 내겐 큰 힘이다. 은희 씨에게 한 뜸 한 뜸 정성으로 지은 가방을 선물 받고 감격한 적이 있다. 오히려 오랜 시간 농밀한 바느질로 나를 위한 시간을 행복하게 누렸다는 그녀의 말이 내 가슴에서 꽃이 됐다. 특별한 날이면 은희 씨는 나를 특별하게 대우해 감동을 준다. 퇴근하고 장 봐서 밤새 만들었다며 정성으로 차려준 생일상 아침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을 때나 퇴원한 후에도 그녀가 보양식이라며 사 준 음식들, 만들어 가져다 준 반찬들, 마음이 담긴 예쁜 엽서 글들, 마음 따뜻해지는 정성들은 내 역사가 있는 한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빛이 돼 길 잃고 헤맬 때 손 내밀어 길 찾아 주는 동행으로 귀하게 살아갈 것이다.

또 한 사람 태진이 엄마 선녀 씨. 정말 선녀 같은 외모에 선녀로 모셔 주는 능력 있는 남편이 부러운 여인이다. 반듯한 언행이 대리석 조각 같아 살짝 긴장이 되지만 그녀와 있으면 마음이 단아해진다. 숱한 사람들과의 교류에도 변함없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 준 세월이 소중하다. 본받을 점이 있으면 가슴에 새기고 수정하고 싶은 면은 조신하게 일러 준다. 두 여자는 서로의 차이를 가치 있게 봐 주고 고운 삶이 되도록 서로를 잡아 준다.

형민이 엄마 경미 씨도 빠지면 서운하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려 셋째 동생과 동갑인 그녀는 현실의 부족함을 노력으로 일구어 가는 모습이 예쁘다. 흔들렸던 시간들을 지우고 열정과 에너지를 조화롭게 쓸 줄 아는 그녀가 좋다. 우리 집을 롤 모델로 여기는 경미 씨를 보면 반듯하게 잘살아 가자, 긴장감이 온다. 솜씨 좋은 경미 씨가 조금이라도 특별한 음식을 하는 날이거나 강화 시댁을 다녀오면 우리 집은 풍성해진다. 손 큰 그녀는 푸짐하게도 담아 온다. 언니 닮고 싶다는 경미 씨의 호들갑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자신을 성장시켜 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이 들면서 가벼운 말장난이 중심을 잡아 중년의 자리에 무게를 실어 가는 그녀를 보면 나도 나를 세심하게 점검해 본다.

아들이 우리 동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는 선민이 엄마 영옥 씨. 항상 웃음 띤 얼굴로 사근사근한 그녀는 천생 여자다. 살아가는 일이 매양 맑음은 아닐 터인데, 웃고 사는 그녀가 우러러보인다. 아이에게도 생활에서도 과욕 없이 오기 부리지 않는 건강함이 매력이다. 부지런하게 몸 놀리며 헐겁게 드러내지 않은 속 깊음이 영옥 씨의 얼굴에 밝은 빛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겠다.   

살다 보면 마음으로 이해해야 할 것과 내 것으로 받아들일 일이 꼭 일치하지 않음을 경험한다. 냉철함이 없어 허점이 많은 나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속을 끓일 때가 많다. 그래도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나 보다 생각한다. 내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일방적으로 받고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으며 멘토가 되고 멘티가 되어 맨토링을 한다.

언젠가 철학관에서 인복이 있는 사주라고 그랬다. 나이 들어가면서 사람보다 더 큰 재산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면 좋은 사람들과 맺어진 인연들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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